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이대목동병원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정작 의료기관평가인증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에서 이대목동병원은 환자관리 및 감염관리부터 사고 대처 등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의료기관평가인증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된다.
20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의료기관 평가인증현황 및 결과를 보면 이대목동병원은 상급종합병원 대상 감염관리 분야 51개 조사항목 중 50개에서 만점을 받았다. 또 ‘환자안전’을 포함한 안전보장활동 분야에서는 44개 항목 모두에서 만점을 받는 등 대부분의 인증 항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인증제도는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목표로 제시된 일정기준을 충족한 의료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러나 ‘의료 질 향상’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현재 2주기 인증이 완료되는 오는 2019년 2월부터는 3주기 인증평가를 시행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인증평가위원회는 오는 28일 3주기 평가항목을 확정하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평가위 내부에서는 ‘3주기 인증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놓고 있다.
평가위에 소속된 의료계 관계자는 “평가 기준을 만들 때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책상머리에서만 만든 기준이 적지 않다. 그동안 1주기와 2주기 인증에서도 그래왔는데 3주기 준비에서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인증 취지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항목이 많지만, 정작 ‘의료 질 향상’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한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테면 신생아중환자실을 갖고 있는 병원에 대해서는 고차원의 인증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작은 병원은 기본을 잘하면 된다. 그러나 평가 기준을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이 해놓은 것이 문제”라며 “대형병원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인증을 받고, 작은 병원은 아무리 노력해도 인증을 못 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료질향상학회가 보고한 의료기관 인증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인증 대상병원 전체 3823곳 중 45.9%가 인증평가를 받았다. 상급종합병원은 43곳 모두 인증평가를 받았지만, 병원 급은 1393곳 중 불과 8.7% 수준인 121곳만 평가를 받았으며, 종합병원도 301곳 중 170곳이 인증평가를 받았다.
즉, 상급종합병원은 상대적으로 인증이 수월해 의료 질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규모가 작은 병원은 의료 질 향상을 위한 평가 시스템으로 끌어오기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인증제 자체가 가진 한계점도 제시됐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인증제도 자체가 공급자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인증을 강화하자는 데 있어서는 적극적이지 않고, 반면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인증제가 의료현실을 무시하고 보여주기식 반짝 평가로 그친다고 평한다”며 “무엇보다도 실제로 의료 질이 향상되려면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적정한 시스템과 인력에 대해 투자를 해야 하는데 병원이든 정부든 의료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인증여부에만 집중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관평가인증과 JCI인증까지 받은 병원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은 문제인 것은 맞다”며 “다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과 관련 단체들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 번 인증이 이뤄진 병원에 대한 중간 평가나 제재는 없는 것일까.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인증이 결정된 이후에도 거짓이나 부적절한 사유가 포착될 경우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 또 인증을 부여한 의료기관에서 중대한 사고가 나타났을 때, 의료기관을 불시에 방문해 문제여부를 조사하는 수시조사권을 발휘할 수 있다.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시스템 등에 문제가 포착될 경우 각 병원에서 경보발령을 띄우고, 주의사항을 알리는 것 또한 인증원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태에서 인증원은 적극적인 활약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고 이틀 뒤인 지난 18일 언론보도 내용 등을 바탕으로 ‘환자안전 포털’에 주의경보를 띄운 것이 전부다.
평가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수시조사를 하고 경보발령을 내는 것이 맞다”며 “인증원의 역할은 해당 의료기관을 벌하기 보다는 어떤 과정에서 에러가 났는지 핵심근본원인을 낱낱이 찾아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특히 경보를 울리려면 콘텐츠가 필수적인 만큼 이번 사건에서도 반드시 수시조사를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의료기관의 보고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이 바로 신고했다면 법에 따라 인증원도 조사에 나섰을텐데 이러한 보고가 의무사항이 아니라 의료기관의 자율에 맡기기 때문에 파악이 늦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향후 관련 법안 등의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사고가 인증 취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증제도의 특성상 의료사고만으로 인증 취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인증원 관계자는 “이대목동병원 관련해서는 사회적 이슈가 발생됐고 환자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환자안전시스템에 우선 주의경보를 발령했다”며 “사실상 의료기관의 자율보고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실관계여부 등을 파악하기에 시간이 걸린다. 의료기관 제재 등은 아직 계획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