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타그리소’ 환자들이 혈액 검사를 요구하는 이유는

[기자수첩] ‘타그리소’ 환자들이 혈액 검사를 요구하는 이유는

기사승인 2018-01-19 00:02:00
타그리소의 보험급여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1000명을 넘어섰다.

폐암치료제 ‘타그리소’는 지난해 12월5일부터 EGFR-TKI 치료 경험이 있는 T790M 변이 양상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가 적용 중이다.

하지만 급여가 적용된 지 40여일이 지난 현재 급여 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9일부터 청와대 홈페이지에 ‘타그리소 급여화 합리적 조건 완화를 청원합니다’라는 국민 청원이 시작돼 17일 기준 950명 이상이 참여 중이다. 

급여 조건 완화 요구의 핵심은 T790M 변이를 진단하는 검사 방법이다. 타그리소에 대한 급여 적용 기준이 ‘조직 검사’로 T790M 변이가 확인된 경우로만 한정됐기 때문이다. T790M 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조직 검사 외에도 액체 생검 형태인 혈액 생검이 있다. 혈액 생검은 채혈을 통해 혈액 내 암세포 DNA 조각(cfDNA, cell free DNA)을 분석하는 진단법으로 절개 등을 통해 침습적으로 종양에서 조직을 채취해야 하는 조직 생검보다 더 빠르고 간편해 환자에게 부담이 적다.

또 조직검사의 경우 폐암 환자 상태 상 조직 검체 채취가 불가능할 수도 있고, 뇌조직 등 종양의 위치에 따라 검체 채취가 어려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침습적인 만큼 검체 채취에 대해 환자가 느끼는 부담이 크고, 검체 채취 단계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검체의 양이 충분치 않거나 종양 내 이질성 때문에 검사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혈액 생검은 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급여 적용이 시작된 날부터 청와대 홈페이지에 ‘타그리소 혈액검사도 급여 포함해주세요’ 등의 청원이 등록돼 현재까지 관련 청원이 이어지고 있는 데에는 이와 같은 환자들의 절실함이 담겨 있다.

액체 생검은 표적항암제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에 이미 활발하게 활용돼 왔다. 타그리소 허가의 기반이 된 AURA3 임상에도 전체 1036명의 참여 환자 중 혈액 생검이 가능한 환자(648명)를 대상으로 조직 검사와 혈액 생검이 함께 실시됐고, 리얼월드 연구인 ASTRIS 임상에 참여한 환국인 환자의 10.5%(371명 중 39명)도 혈액 생검을 받았다.

혈액 생검과 조직 검사 모두로 변이를 확인한 환자의 치료 효과 또한 일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검사를 통해 T790M 변이를 확인한 환자와 이 중 혈액 생검을 통해서도 T790M 변이가 확인 된 환자를 기반으로 타그리소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두 군 모두에서 기존의 항암화학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이 일관되게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생검 급여 기준 완화에 대한 폐암 환자들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파나뮤타이퍼 EGFR’과 ‘코바스 EGFR변이검사 버전2’ 두 개의 진단 키트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국내에서도 액체 생검이 가능해진 데다, 병원별 세팅이 완료되는 대로 검사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타그리소의 급여 타결까지 일련의 과정들은 환자, 정부, 제약사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일궈낸 성과라 할 수 있다. 보험급여가 환자를 위한 것인 만큼 보다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급여 기준 개선하는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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