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과…"참담하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과…"참담하다"

기사승인 2018-01-24 20:52:05

김명수 대법원장(59·사법연수원 15기)이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후속조치와 인적쇄신 제도 개선책 마련도 약속했다. 

김 대법원장은 24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번 조사결과를 접하고 법원 구성원이 느꼈을 충격과 분노가 어떠했을지 가늠되지 않을 정도"라며 "정의 실현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를 신뢰한 국민들의 배신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 역시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무엇보다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번 일에 관여된 사람들이 모두 법관이라는 점"이라며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이 일은 우리 사법부 구성원 모두의 자부심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권한 없이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거나,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 조사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며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방향을 논의해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은 "유사한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책도 마련하겠다"며 "기존 법원행정처의 대외업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를 축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사법행정의 문화와 관행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인적 쇄신 조치를 단행하고, 법원행정처의 조직 개편방안도 마련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법관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의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곧 출범할 예정인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에도 이에 관한 국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사법행정 운용방식의 개선책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법행정, 재판제도, 법관인사 전반을 점검해 모든 부분을 사법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시스템으로 대폭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법원 구성원들에게는 "우리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두려움에 일단 눈을 감자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상황을 직시하고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며 "우리의 자부심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 때의 잘못이 끊임없이 우리의 미래를 잠식하고 변질시킬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재판"이라며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권한 없이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거나 성향에 따라 분류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이러한 일로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우리의 권위를 지탱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자발적인 쇄신은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 오자. 저부터 앞장서겠다. 저는 이 모든 과정 너머에 보다 밝은 법원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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