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생존율 0%에 달하는 치명적 난치병 ‘역형성 갑상선암’ 발현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특히 일부 연구에서는 그 세포가 간이나 폐, 췌장, 방광 등 예후가 좋지 않은 다른 암에도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 보고되고 있어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선욱 교수팀은 ‘역형성 갑상선암의 CXCR4 발현과 대식세포 밀도와의 관계’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역형성 갑상선암의 특성과 예후를 밝혔다고 22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병리과에서 환자 14명(여성 11명, 남성 3명)의 역형성 갑상선암 조직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면역세포 중‘M2세포’를 포함하고 있는 ‘종양 주변 대식세포(TAM·Tumor Associated Macrophages)’의 고밀도가 암 발병, 전이, 생존율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역형성 갑상선암은 암 종류 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하고 공격적인 암으로 알려져 있다. 발병율은 전체 갑상선암의 2~5% 정도지만 아직까지 효과적 치료법이 없어 보통 진단 후 수주~수개월 사이 사망에 이른다. 연구팀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은 최대 14%이며 갑상선암 사망률의 50%를 차지한다. 환자 절반은 전이성 병변을 가지며 대부분 폐나 뼈에서 발견된다. 수술과 약물, 방사선 치료가 시행되지만 환자 생존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식세포는 면역세포 중 하나로, 분화 방법에 따라 M1과 M2 두가지 형태로 성숙된다. M2 대식세포는 항염증 작용 및 종양의 성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포함하고 있는 TAM은 종양 주변 미세환경 속에서 종양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사이토카인(Cytokine)을 방출해 종양의 성장을 돕는다. 미세환경이란 종양에 직접 접해있는 물리화학적 주위 환경을 말하는데, 미세환경에 의해 종양의 아형이 결정될 수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미세환경은 백혈구유주작용, 활성화작용을 하는 케모카인 단백질 수용체인 ‘CXCR4’로 인해 구축된다”고 설명했다.
‘CXCR4’가 펴져있는 대식세포를 동원해 밀도를 높인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수용체가 암 전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역형성 갑상선암 예후에 ‘CXCR4’도 관여된다는 말이다.
연구팀은 “최근 여러 연구에서 폐나 간, 갑상선 등 예후가 좋지 않은 암에서 TAM 고밀도 현상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이에 일부는 암 치료를 위한 치료 전략으로 TAM 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억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TAM의 고밀도는역형성 갑상선암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 “CXCR4 발현이 TAM 밀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확인됐다. 암 표적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인과 관계를 확인하는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한편 해당 연구는 영국 논문 검색시스템 ‘F1000프라임’과 국가지정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낸 사람들’에 선정됐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