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인해 중소병원의 문제점이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이러한 문제는 ‘사익추구적’인 보건의료체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6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한 ‘밀양 세종병원 사태에서 드러난 중소병원의 민낯, 중소병원 의료서비스 질,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는 중소병원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논의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중소병원의 구조적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건이다. 기준 미달의 허가 받지 않은 병상을 불법적으로 운영하고, 의사 5명과 간호사 6명이 95병상을 담당했지만 이를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매우 부실하고, 실제적으로 패널티를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부재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사유화된 보건의료체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면서 ▲중소병원 공급 과잉과 인력 부족 ▲예방 가능한 사망과 낮은 서비스 질 ▲건강보험 재정의 낭비적 지출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한국만이 중소병원의 급성기 병상 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300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이 차지하는 병상 수는 2010년 4만1832개에서 2013년 3만8050개로 줄었지만 300병상 미만 규모의 병원 병상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임 교수는 “사익추구적인 보건의료체계 하에서 의료서비스 전달체계가 붕괴되고, 병의원이 무한경쟁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전달체계 내 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의료기관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 어려운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의 과잉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했다.
중소병원의 과잉은 의원과 병원의 기능 재정립을 어렵게 만들어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방해하고, 중소병원이 이차병원 역할을 수행할 정도로 규모와 질을 확보하지 못해 의원과 병원이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소규모 중소병원의 공급 확대는 인력 부족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OECD 국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 및 간호사 수를 보면, 급성기 병상 수는 외국보다 많지만 활동 의료인력은 적다. 해외의 병상 당 활동 의사 수는 0.8명에서 1.2명인데 우리나라는 0.3명이었다. 간호사도 한국이 가장 적었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시키는 방안으로 임 교수는 ▲공급 구조의 개혁 ▲재원조달체계의 개편 ▲질 관리 및 재정 지출 관리의 강화 등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미래 보건의료수요 및 공급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병상 자원에 대해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마련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병상 총량 관리 기전을 마련해 중앙정부의 병상 구습 조정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의료법에서 ‘권고’로 규정된 중앙정부의 병상수급 조정 권한을 ‘의무’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공급 과잉 지역의 신규병상 공급과 대형병원의 신증설은 중앙정부의 사전 승인을 획득하도록 규제력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병상 공급 과잉을 주도하는 중소병원의 무분별한 신규 진입을 억제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종합병원 중 300병상 이하의 의료기관은 300병상 이상으로 확충하거나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 급성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 중 일부는 전문병원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를 퇴출시키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상당수의 요양병원은 일부를 재활병원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재활 성격을 강화하는 재활요양병원으로 전환해 병상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보건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은 결국 보건의료의 생산성을 높여 별도의 인력 확충 없이도 미래 수요증가에 대한 대처능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공적 영역인 보건의료의 본질적 목표라 할 수 있는 환자와 시민의 건강 수준 향상의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달성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노력은 보건의료특성상 시장의 자정작용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달성할 수 있는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에 해당한다”며 “중소병원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시장에서 방치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밀양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좀 더 적극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