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통해 의료기관의 전반적인 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중소병원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 환자 단체 등은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밀양 세종병원 사태에서 드러난 중소병원의 민낯, 중소병원 의료서비스 질,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병상 수 조정이나 신규 의료기관 증설 규제 등과 같은 의료공급구조 개혁, 사무장 병원 근절과 의료 질 평가를 통한 의료 질 관리 등을 주장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중소병원 공급 과잉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중소병원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의원과 병원의 기능 재정립을 어렵게 만들어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방해하고, 중소병원이 이차병원 역할을 수행할 정도로 규모와 질을 확보하지 못해 의원과 병원이 경쟁하게 된다, 또 이러한 소규모 중소병원의 공급 확대는 인력 부족 문제를 심화시킨다”며 “현행 의료법에서 ‘권고’로 규정된 중앙정부의 병상수급계획 조정 권한을 ‘의무’로 변경해야 한다. 공급 과잉 지역의 신규 병상 공급과 대형병원의 신증설도 중앙정부의 사전 승인을 획득하도록 규제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또한 임 교수 주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자리에 참석한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중소병원 인수합병 얘기는 17대와 18대, 19대 국회에서 나왔고,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의에 그쳤다”며 “인수합병 관련 영리화 논쟁이 있으나 여러 조건을 달아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기본적으로 병원급 의료기관 설립은 시도지사 허가를 받고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병상 조정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인력 확충과 사무장 병원 근절, 의료 질 평가 개선 등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에서 나타난 중소병원 취약한 모습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다른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병상공급 확대 용이와 퇴출기전 불명확, 의료서비스 질 관리 미흡 등 관리기전 부재가 밀양 사태를 일으켰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중소병원의 세밀한 모니터링은 물론 의료 인력 공급 확대 기전 마련을 통한 엄격한 서비스 질 관리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중소병원에 관한 사회적 불신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사무장병원이다. 사무장병원 적발건수는 매년 급증해 환수결정액만 2조원에 이른다”며 “그러나 징수액은 1400여억원에 불과하고 실제 운영되는 사무장병원에 비해 적발되는 경우가 적다. 사무장병원은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서는 실제 이득을 얻는 사무장의 수익을 환수하고, 형사 처벌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의사면허 대여자에 대한 제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너무 극단적이다. 병상 공급과징과 민간병원 비중, 중소병원 점유율 모두 극단적이다. 원인은 하나다. 의원이 성장해 중소병원과 대형병원이 되는 제도가 이 같은 현상을 만들어냈다”며 “중소병원과 요양병원 제도는 사무장병원이 발을 붙이는 교두보가 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300병상 이상 대형병원으로 신규 진입을 규제하면 사무장병원이 들어올 수 없다. 기존 중소병원에 피해주지 않는 조건에서 300병상 진입금지가 첫 단계다. 그러나 의료 질을 높이는 차원의 신규 공급기관 개설은 허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영덕 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연구실장은 “낮은 의료서비스 질 문제를 야기하는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사무장병원 전담 조직을 정식 직제로 편제해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며 “중소병원 문제는 의료공급자가 잘못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 원인은 민간중심 의료공급구조에 있다. 의료공급자를 설득할 수 있는 세밀한 정책설계와 의료전달체계 확립, 공급구조 개혁을 위한 재정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정윤순 과장은 “사무장병원 부분은 복지부도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또 상반기 내에 의료기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