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그룹 JBJ가 7개월간의 짧은 활동을 마치고 다음달 30일 해산한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의 멤버들로 구성된 JBJ는 처음 결성 당시 활동기간을 7개월로 정했다. 처음 약속한 기간만큼 활동하고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는다는 소식은 언뜻 보자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팬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히 더이상 JBJ를 볼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JBJ의 시작점은 꿈이었다. 멤버 조합도 팀 이름도 모두 팬들의 꿈에 불과했다. 팬들은 ‘프로듀스 101’ 데뷔조에 들지 못한 멤버들 중 ‘정말 바람직한 조합’을 만들어 하나의 팀으로 활동하는 상상을 했다. 놀랍게도 꿈은 현실이 됐다. 팬들의 바람이 그만큼 열렬했던 덕분이었다. JBJ라는 팀명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화제가 됐고, JBJ는 곧 정식 데뷔를 발표했다. 여러 팬의 바람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 그룹을 만든 셈이다.
JBJ는 활동기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회사 측은 끊임없이 그룹 성과가 좋다면 활동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멤버들도 지속적으로 JBJ의 활동 연장을 바랐다. 사실 JBJ의 활동 연장은 팬들에게 떨어진 과제였다. 다시 한번 기적이 일어났다. 결성과 마찬가지로 팬들의 성원이 열렬했던 덕분이었다. 팬들은 그룹의 성과를 위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JBJ는 미니앨범 1집과 2집을 각각 10만 장 넘게 팔았다. 지상파 음악방송 1위 트로피도 거머쥐었고 공연은 매진을 기록했다. 이는 현재 아이돌 시장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기성 그룹도 쉽게 거둘 수 없는 성과임이 분명하다.
좋은 결과가 이어지자 자연스레 계약 연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JBJ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페이브(로엔)엔터테인먼트나 CJ를 비롯해 멤버 각각의 소속사도 연장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연장 가능성은 99%”라는 관계자의 발언까지 보도됐다. JBJ의 향후 일정 또한 활동 연장을 향하고 있었다. 약 반년동안 활동 연장을 위해 마음을 졸이며 앨범을 사고 투표를 했던 팬들은 잠시 숨을 돌렸다.
하지만 상황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보장된 것 같았던 미래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14일 JBJ의 공동 투자 및 제작을 맡은 로엔과 CJ 각 멤버들의 소속사 측은 “지난 10월 출범을 알린 JBJ 가 다음달 30일 매니지먼트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7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활동 연장을 위해 멤버들과 소속사 및 관계사 등이 솔직하면서도 진중한 논의를 장시간 이어온 결과 앞으로 다른 장을 펼쳐 나가야 할 멤버 각자의 꿈과 미래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수의 팬들은 갑작스럽게 바뀐 상황과 통보에 가까운 해산 선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성과가 좋다면 활동을 연장할 수 있다’ ‘연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등 지금까지 팬들이 들어온 말과 전혀 다른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금껏 팬들을 상대로 희망고문을 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와 같은 결정에 반발한 일부 팬들은 회사를 상대로 집단적인 행동을 취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만, 세 번째 기적이 일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물론 소속사 앞으로 ‘팩스 폭탄’을 투하하려는 팬들도 이 같은 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활동 연장을 위해 지금까지 전력으로 달렸던 것처럼 끝을 마무리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데뷔와 성과. 앞선 두 차례의 기적 모두 팬들의 노력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이득을 본 것은 무엇보다 회사다. 성적이 좋으면 연장 가능성이 높다고 팬들에게 먼저 이야기한 것도 회사다. 그 말을 바꾼 것도 회사다. 회사 간 연장에 관한 논의를 진중하게 진행했던 것처럼 팬들에게도 진중한 자세로 관련 사항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을까. 지금까지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쏟아 부으며 세 번째 기적을 만들고자 했던 팬들이 회사에 실망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팬의 절대적인 지지가 기만까지 수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 ‘새우젓의 시선’ : 자신을 일명 ‘새우젓’이라고 칭하는 팬들의 관점으로 연예 뉴스를 돌아보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쿠키뉴스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