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을 이용한 조기위암 절제 후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하면 재발률이 낮아진다는 연부가 발표됐다.
내시경 절제술은 위 내시경을 통해 암과 주위의 정상부위의 점막하층까지만 살짝 도려내는 치료 방법이다. 위 전체를 보존해 치료 후 삶의 질을 유지하고, 수술에 비해 합병증도 낮다. 문제는 내시경 절제술을 받아도 위의 남은 부위에 새로운 위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립암센터 위암센터 최일주 박사(소화기내과 전문의)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1350명의 조기위암 환자 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양성인 396명을 제균약 또는 위약 투여 후 위암 발생 및 위축성 위염의 호전 여부를 2016년까지 추적조사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세균은 위 점막을 위산으로부터 보호하는 위점액층에 살고있는 세균이다. 급성·만성위염, 위십이지장궤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헬리코박터 세균을 위암 발생의 1급 발암요인으로 발표하기도 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인구의 약 50%가 감염돼 있다.
연구 결과, 최장 12.9년의 추적관찰 기간(중앙값 5.9년) 동안 제균약을 복용한 그룹 194명 중 14명(7.2%)에서, 위약을 복용한 그룹 202명 중 27명(13.4%)에서 위암이 각각 새로 발생했다. 제균약 그룹이 위약 그룹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50%나 감소한 것이다.
연구진은 헬리코박터 제균의 성공 여부에 따라 추가분석을 실시한 결과, 헬리코박터가 성공적으로 제균된 환자는 지속적으로 감염되어 있는 환자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68% 감소했다.
제균약 그룹은 위암 발생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위축성 위염도 유의하게 호전됐다. 위축성 위염은 위의 표면인 점막이 만성 염증으로 인해 정상 조직이 소실되어 얇아진 상태를 말한다. 만성 위염의 가장 흔한 형태 중 하나이며, 대개 만성적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고 위암 발생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제균약 복용 그룹은 48.4%(157명 중 76명), 위약 복용 그룹은 15.0%(153명 중 23명)에서 위 체부 소만부의 위축성 위염이 호전됐다. 이미 위점막의 위축성 변화가 진행된 환자에서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으면 위축성 변화를 호전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최일주 박사는 “이 연구의 의의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고위험군인 조기위암 환자에서 증명했다는데 있다”면서 “특히 조기위암 환자에서는 위암 발생의 위험인자인 위점막의 위축성 변화가 진행되어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제균 치료를 통해 위축성 위염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1월부터 조기위암으로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