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정규직을 보장하라.”
좋은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절규는 보건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이삼십대 청년 노동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병원이야말로 비정규직 양산의 온상이란 비판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의 보건의료 노동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계약·임시직, 단시간․파트타임, 파견·용역·하청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체 비정규직 비율은 충격적이다. 비정규직 응답자 2350명 중 이삼십대 청년노동자는 무려 1656명(71.4%)이나 됐던 것이다.
◇ 덜 받고 더 일하라는 낙인 ‘비정규직’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의 전체 연령대별 응답자 분포에서 이십대 일자리는 전체의 35%(1만269명)를 차지한다. 이중 비정규직인 이십대만 보면 56.1%(1302명)에 달했다. 이는 곧 전체 비정규직 일자리의 절반 이상을 이십대가 도맡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서 이십대 청년층이 전체 비정규직의 17.8%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보건의료계의 청년 비정규직 비율은 상당히 높고 광범위하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59세 이하 노동자 중 오직 청년층의 비정규직 비율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견주어보면 보건의료산업 일자리의 질적 저하는 여실히 드러난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렇듯 보건의료 산업의 높은 청년 비정규직 양산의 이유를 ‘돌려막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1.8%는 부서내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며 “업계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 현상에도 불구, 각 의료기관들은 비정규직 청년 비정규직으로 ‘돌려막기’를 해온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병원에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떤 처우를 받고 있을까?
비정규직 일자리 임금 분포에서 1783명의 계약·임시직 응답자 중 12.1%는 연간 1650만 원 이하를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연 2500만원도 못 받는 노동자는 전체 비정규직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었다. 연 2000만원 미만은 단기근로·파트타임 노동자의 55.4%였으며, 파견·용역·하청 노동자는 이보다 많은 56.8%의 분포를 보였다.
올해 5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첫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는 보수와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 51.%로 가장 높았다. 보건의료계도 마찬가지였다. 계약직·임시직은 열악한 근무조건 및 노동 강도(31.7%)와 낮은 임금 수준(23.2%)을 주된 이직 고려사유 꼽았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조건 및 노동 강도(31.8%)와 낮은 임금수준(17.9%)을 주된 이직 사유로 답한 것과 비교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혹한 병원 노동 강도에 시달리면서도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비정규직 일자리의 근속기간은 1년차가 43.8%, 2년차가 27.2%로 전체 비정규직 일자리의 71%에 달했다. 이 지점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의 안전을 다루는 직무나 장기 환자와의 유대가 필요한 직무 등에서의 비정규직 일자리는 숙련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 비정규직 노동자 ‘돌려막기’는 국민 건강 담보로 하는 도박
향후 2단계 공공부문에 전환이 예정되어 있다. 앞서 병원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 완화를 위해 보건의료노조는 공공병원부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은 “병원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돌보는 곳”이라며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으로 인해 업무의 연속성 전문성 숙련성이 떨어져 질 좋은 의료서비스의 제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부위원장은 “그 피해는 환자와 보호자 등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