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이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주 절벽으로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력마저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투자와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 조선업 공략에 나서면서 또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1244억원, 영업손실 17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매출 1조3466억원, 영업손실 10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1.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대우조선해양만이 유일하게 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긴 했지만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조3257억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7%, 65.5% 줄었다.
이 같은 실적 악화에 하반기 고강도 구조조정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노조 격인 노동자협의회(노협)에 무급 순환휴직 시행을 제안했다. 현대중공업도 이달부터 해양플랜트사업본부 2000여명에 대한 무급 휴직을 추진한다. 두 회사 모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 순환휴직을 시행하는 것으로 그 만큼 업황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중국은 이 기회를 틈타 대규모 투자와 구조조정을 통해 자국 조선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국유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의 합병안을 사전승인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연간 매출 규모가 총 5080억 위안(약 86조2940억원)이 된다. 이는 세계 1~3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매출 합계보다도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주도해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그간 저가수주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고용량 유조선, 그리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올 초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조선산업을 10대 중점 육성 분야로 선정했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20년까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조선업을 위협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조선 기술격차는 지난 2014년 3.6년에서 최근 3.4년으로 0.2년 좁혀졌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두 나라의 기술 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에 기술격차까지 줄어들면 국내 조선업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연구개발과 고부가가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