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인공흉곽 이식, 국내 첫 성공

기사승인 2018-10-04 09:45:53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티타늄 인공흉골. 사진=중앙대병원
국내 의료진이 3D프린팅으로 제작한 흉곽을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중앙대학교병원 흉부외과 박병준 교수팀은 지난 19일 흉곽을 침범한 악성종양인 육종 환자의 흉골과 10개의 늑골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뒤 순수 티타늄 소재의 삼차원 프린팅 기술로 제작된 인공 흉골과 늑골을 이식해 흉곽을 재건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첫 사례다.

환자는 55세의 남성으로, 흉골 및 늑골에 악성종양인 육종이 생겨 광범위한 가슴뼈 절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흉곽을 절제한 뒤 이식 수술이 필요했으나, 기존의 골 시멘트 등을 이용한 재건 수술 방법으로는 환자의 흉부에 정확히 맞는 흉곽을 만들기가 어렵고 소재도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수술 1주일 전부터 급격히 종양이 다시 커져 흉곽 절제와 이식 수술을 못할시 기대수명이 6개월 이하로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박병준 교수와 성형외과 김한구 교수를 비롯한 중앙대병원 의료진팀은 다학제 진료를 통해 3D프린팅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환자 병변의 컴퓨터 단층촬영을 바탕으로 절제수술 범위와 가슴뼈 재건 범위를 결정한 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건희 연구팀과 협의해 재건 범위에 적합한 인공 가슴뼈를 디자인했다.

박병준 교수팀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삼차원 프린팅 공정기술을 이용해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실제 인체의 골구조보다 단단하지만 무게 190g의 가볍고 흉부 압박을 하여도 부러지지 않는 탄성을 가진 ‘순수 티타늄’ 소재의 환자 맞춤형 인공 흉곽을 제작하여 안정성과 기능성을 확보했다.

이후 식약처가 지정한 생물학적 안정성 시험과 강도 및 인장도 시험을 거쳐 중앙대병원 IRB(임상시험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 박병준 교수팀은 지난 9월 19일 흉벽 절제술 및 재건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환자는 빠른 회복을 보이며 곧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번 박병준 교수팀의 3D프린팅 흉골 이식 수술은 한국에서는 첫번째 사례며,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영국, 중국 다음으로 전 세계적으로 6번째다.

특히 수술에 사용된 3D프린팅 인공 흉곽은 가로 286mm, 세로 172mm로 세계 최대의 맞춤형 인공 흉곽이다. 기존 해외에서 시도된 사례와 비교해 수술 범위가 가장 광범위하고 난이도 높은 이식술로 평가된다.

박병준 교수는 “골 시멘트나 티타늄 막대 등을 이용한 기존의 흉곽 성형술은 환자에게 꼭 맞는 모양을 만들기 어려우며 무게가 무거워 수술 후 흉부불편감과 호흡곤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빈번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물 반응이나 세균 감염 위험이 크다”고 말하며, “이번 티타늄 소재의 3D 프린팅 흉곽은 기존 인공 소재보다 가벼우면서도 환자의 가슴에 꼭 맞게 개별 제작되어 정밀성과 강도를 높임으로써 수술 후 감염 및 합병증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