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여름, 기상청 직원들은 강원 홍천으로 달려갔다. 비교적 선선한 지역이라 여겨졌던 홍천의 수은주가 41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폭염의 역사는 새롭게 쓰였다. 연일 ‘가마솥더위’가 이어졌고, 밤에도 열대야에 시달렸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향후 한반도의 기후변화와 한국인의 건강, 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살펴봤다.
지난 2006년 기후변화를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영국의 ‘스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3도 상승하면 40억명이 물 부족에 허덕이고, 생물의 50%가 멸종위기에 빠진다. 또 기온이 5도 높아질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뉴욕, 도쿄 등의 도시들이 침수된다. 물론 3면이 바다인 한국도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한반도는 이미 이상기후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만 해도 1월에는 영하 10℃ 이하의 맹추위가, 8월에는 40℃를 웃도는 폭염이 극성을 부렸다. 기상이변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가 극화될수록 이상저온·폭염·태풍 등 기상이변은 잦아진다.
조한록스트룀 스톡홀름회복력센터 사무총장 등 기후 과학자 16명은 지난 8월6일 국립과학원회보에 ‘인류세에서 지구 시스템의 궤적’이란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에 의하면 현재 지구의 평균 기온은 18세기 산업화 이전보다 1℃ 상승했다. 이들은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지구 평균온도는 오는 2100년 4~5℃ 오른다고 분석했다.
▲ 폭염은 기본…한파의 습격
이렇듯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이상기후가 발생하는데 그중 하나가 강력한 한파다. 과정은 조금 복잡하다. 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북극해에 있는 얼음이 녹으면 수증기가 발생한다. 떠돌던 수증기는 눈이 되어 시베리아 대륙에 내린다. 이렇게 쌓인 눈은 햇빛을 반사한다. 이 과정에서 시베리아 대륙 고기압이 형성된다. 고기압은 하늘 위의 공기 흐름인 ‘제트기류’를 정체시키고, 겨울에는 중위도 지역의 한파가 몰아닥친다.
지구온난화로 심화된 한파는 각종 부작용을 가져온다. 인간에게 한랭 질환 등 건강이상을 유발하고 동·식물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파로 동물의 동면 및 산란시기가 바뀌면서 먹이 생태계에 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성중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박사는 한반도에 이전보다 냉혹한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도 한파로 인한 재난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 가뭄과 호우, 홍수의 악순환
폭염으로 데워진 토양과 식물은 더 많은 습기를 대기 중으로 증발시킨다. 대기 중으로 증발하는 수분이 많아지면서 대수층이 마르고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가뭄만이 아니다. 따뜻한 공기는 차가운 공기보다 습기를 더 많이 머금는 특성이 있다. 이 말은 비가 내리는 날은 줄어들 수 있지만, 일단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폭우처럼 쏟아진다는 뜻이다.
지난 1988년 북미 중부 곡창지대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고, 이곳의 젖줄인 미시시피강의 수위도 심각하게 낮아졌다. 이로부터 5년 후 잦은 호우로 인해 미시시피강 상류와 하류 그리고 중서부 지류에서 홍수가 발생했다. 인류가 야기한 지구온난화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 더 강력한 태풍이 온다
온난화는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으로 불리는 ‘열대성저기압’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학교 교수가 집필한 ‘기후카지노’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경고하고 있다. 허리케인은 바다의 따뜻한 표층수에 의해 발생한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온난한 표층수가 뒤덮는 면적이 증가한다. 이는 곧 더 강력한 허리케인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바다 표면 온도가 4도 상승하면 허리케인의 평균 강도는 한 단계 높아진다고 봤다. 2단계 허리케인이 3단계로 상승하면, 속도는 시간당 약 16마일 더 빨라지고 피해 규모도 천문학적으로 증가한다.
태풍도 마찬가지다. 국내 울산과학기술원 연구팀이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태풍의 발생 상황을 예측한 결과 남중국해 남쪽‧필리핀해 북쪽 지역 태풍 생성 빈도가 19.7개에서 20.7개로 5% 증가했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중국해 지역 진입 태풍 수도 17%로 늘어났다. 강도(태풍 활동지수/ACE) 역시 17% 상승했다. 즉,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태풍의 발생 수는 늘어나고 세기는 강해진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 국가환경정보센터(NCEI)의 제임스 코신 박사팀이 총 7585건의 인공위성 관측 데이터를 활용, 발표한 연구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68년간 열대성 저기압의 이동 속도를 관찰한 결과 지구 전체적으로 10% 이상 느려졌다. 특히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북태평양 서쪽 지역의 태풍 이동 속도가 가장 느려졌는데 그 수치가 무려 약 30%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 집중호우, 바람, 파도 등에 의한 피해가 증가한다. 사실상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