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격차 막으려면 ‘병상 공급 규제’ 필요하다

지역 의료격차 막으려면 ‘병상 공급 규제’ 필요하다

김윤 교수, 병상별 기능 분화·전환 후 인센티브 지급 방안 필요

기사승인 2018-11-01 00:07:00

 

지역 간 의료 질 격차를 줄이고 불필요한 입원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병상 공급’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300병상 미만의 소규모 병원 병상이 과잉 공급된 상태인데, 병상 공급량이 많아도 사망률을 개선하는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있는 지역일수록 사망비가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망비는 우리나라 평균 사망률을 1이라고 볼 때 그보다 얼마나 많고 적은지를 나타낸 수치다.

이에 따라 시도별로 공급이 과잉된 병상이 더 늘어나는 것을 막고, 300병상급 후보 병원은 확충 지원을 통해 병상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31일 56개 지역 간 의료이용 양상을 비교 분석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KNHI_Atlas) 구축 연구’의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제안했다.

 

 

연구에 따르면 병상 공급량의 증가는 입원율과 재입원비를 증가시키면서도 사망률 감소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이 1병상 증가할 때마다 입원율은 19건 증가했고, 재입원비는 7% 증가했다.

반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병상이 인구 1000명당 1병상 증가하면 사망비가 9% 감소하고, 재입원비는 7% 줄어들었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병상이 2개 이상인 지역에서는 사망비와 재입원비가 각각 25%, 24% 낮아졌다. 이는 단순 병상 공급의 증가보다 병상 공급구조 개선이 자체충족률을 높이고, 입원과 사망비, 재입원비를 감소시킨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입원취약지에 300병상 이상 병원을 배치했을 때 입원취약지의 퇴원 후 30일 내 사망률은 25%, 계획되지 않은 재입원율은 24%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전국적으로는 사망률과 재입원율이 각각 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9개(평균 6.2)가 넘는 목포지역의 입원건수는 377건(평균 226건)으로 가장 많았고, 급성기 병상 100%가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에 의해 공급되는 이천·여주의 중증도 보정 사망비는 지역 중 가장 높았다. 중증도 보정 사망비란 실제 사망자 수와 화자 중증도를 보정한 기대 사망자 수의 비이다.

의외로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있는 강릉·평창의 사망비가 가장 낮았는데, 연구에서는 급성기 병상의 63%를 300병상 종합병원이 공급했고, 700병상급의 지역거점 의료기관도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병상이 50% 이상인 OECD 국가와 반대로 300병상 미만 중소형 의료기관 병상이 전체의 69%인 ‘중소형 병원 중심’의 공급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급성기 병상 수는 2016년 기준 인구 1명당 6.2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균 3.3개인 것과 비교하면 1.9배나 많다. 국내 급성기 병상을 OECD 수준으로 줄이면 입원 23%, 재입원 20%, 진료비는 9.2%(5조97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김윤 교수는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양적 공급, 즉 병상 증가를 억제하고 적정 규모의 병원 병상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병원의 기능을 전환해야 한다”며 “전 국민이 필수의료 제공 병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균등한 분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정규모 이하 병원의 대부분이 취약지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 결과 그렇지 않았다. ‘지역병상총량제’를 실시해 시도별 및 병상 유형별로 병상 공급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신설병원 병상기준도 높여야 한다. 현재 100병상으로 되어있는 종합병원은 300병상 이상으로, 30병상 이상으로 되어 있는 병원은 100병상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상에 따른 기능 분화와 전환도 필요하다. 100∼300병상 사이 병원은 진료 기능에 따라 지역거점병원 또는 회복기 병원으로 두고, 300병상 이상은 응급, 심뇌혈관, 어린이 병원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능에 어긋나는 진료를 할 때는 수가를 깎고, 그렇지 않을 때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300병상 이상 병원 확충도 제안했다. 그는 “입원취약지 중 300병상급 후보 병원이 있으면 확충을 지원하고, 후보 병원이 없으면 공공병원을 신축해 지역거점 병원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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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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