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같은 돈, 다른 교육…“애 낳기보다 키우기 더 무섭다”

[월요기획] 같은 돈, 다른 교육…“애 낳기보다 키우기 더 무섭다”

유아교육 전공 아닌 보육교사가 누리과정 시행, 유치원과 차이는?

기사승인 2018-11-05 00:10:00

‘22+7만 원’ 누리과정 지원금 같지만 두 기관 간 쓰임은 달라
어린이집, “‘학력’보단 ‘보육 환경 개선’이 답, 보육료는 보육의 질”

최근 사립 유치원에 이어 민간 어린이집에서도 보조금 비리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보육 시설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썩은 사과, 미역국에 미역 한 덩어리, 꿀꿀이죽 등 양과 질이 떨어지는 부실급식을 목격한 보육교사가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아동학대 사례는 나날이 늘어나자 “애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게 더 무섭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이제는 ‘누리과정’을 교육하는 보육교사의 전문성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누리과정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만 3~5세 유아에게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 보장을 위해 마련된 교육·보육 과정인데, 유아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보육교사가 누리과정을 진행한다면 어린이집 누리과정이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또 정부는 누리과정에 매년 4조 원 가까이 예산을 투입하고, 지원금마저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운영지원비 22만 원, 방과후 활동비 7만 원 등 1인당 월 29만 원으로 동일한 가운데 교사 간 ‘학력’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는 학부모들도 생겨나고 있다.

 

 

◇사이버로 교육받아 누리과정 교육?…“교육역량 떨어지는 것 아니냐” 반발

조카가 어린이집에서 누리과정을 교육받고 있다고 밝힌 한 제보자는 “누리과정을 진행하는 보육교사 상당수가 유아교육 교직과정을 밟지 않았는데 누리과정을 소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사기이고, 정부가 학부모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누리과정은 분명히 유아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당연히 누리과정을 담당하는 교사는 정규대학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한 유치원 정교사가 담당해야 한다”며 “보육교사는 정규대학을 졸업한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가 보육교사교육원,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로 공부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세상에 정부에서 4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는 교육인데, 교육학도 공부하지 않은 보육교사들이 하루 교육을 받고 나머지는 사이버로 교육받아 누리과정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아교육을 전공하지 않아 교육역량이 떨어지는 보육교사가 누리과정을 담당하는 이런 사기가 어디 있느냐”면서 “누리과정 담당 교사를 전면 유치원 정교사로 교체하거나 보육교사들이 유치원 교사자격 과정을 이수해 누리과정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큰 틀에서 보면 어린이집은 보육기관, 유치원은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어린이집의 주무 부처는 보건복지부이고, 유치원은 교육부다. 취원 연령도 다른데, 어린이집은 만 0세(영아)부터까지 입학이 가능하지만, 유치원은 만3세(유아)부터 입학할 수 있다. 다만 만 3~5세 반이 겹치기 때문에 ‘누리과정’이 도입됐고, 만 3세 이상 아이들은 어느 기관에서든 같은 교육을 받게 됐다.

유치원은 유아교육과 등 아동 관련과의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이 필요하며, 교원자격증을 취득해야만 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 교사는 복지부 장관이 검정·수여하는 보육교사자격증이라는 국가 자격증만 취득하면 되는데, 특히 2~3급 보육교사의 경우 고등학교 또는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또 유아교육과를 전공하지 않아도 전문대학 또는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교에서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보육 관련 교과목 및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한 사람은 2급 이상부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복지부 “‘학력’, ‘22학점’ 외 차이는 없다. 같은 교재로 프로그램 만들어”

두 직군 간 차이는 ‘학력’ 외엔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복지부 측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유아교육이 아닌 다른 과를 전공하거나 전문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공통된 필수 과목을 이수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누리과정 교육프로그램은 같은 교육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지고, 담당 부처만 교육부와 복지부로 나뉜다는 것. 다만 유아교육과에서는 교직과목 4과목, 22학점을 더 이수한다는 특징이 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애초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기관에 차이가 있다. 유치원은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교직과목을 이수하는 것이고, 해당 교직과목은 교육학개론 등 일반적인 교육에 관한 과목이다”라며 “이 문제는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얘기가 나왔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누리과정 담당 교사는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최초 진입 시 단 한 번만 각 시‧도에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집합교육(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을 받고 시험과 평가에 통과하면 된다”며 “그런데 누리과정은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담당한다. 보육교사가 만 3~5세 사이의 유아를 교육할 때 누리과정 연수를 거치지 않으면 ‘어린이집 운영비’와 ‘처우개선비’ 등이 제공되지 않아서 거의 100% 연수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교사 자격증이 나오는 단계에서부터 차이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누리과정 이수 시간만 가지고 평가할 건 아니라고 본다. 교사 양성체계에서부터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의견을 달리했다.

 

◇ 어린이집 관계자 “‘학력’보단 보육 환경부터 개선해야”…사회‧동료‧학부모 협조가 아동학대도 막아

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간 ‘학력’ 차이를 인정하지만 보육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선경 전국장애아통합어린이집협의회장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힌다. 4년제 유아교육과를 나와 박사까지 공부했고, 20년 이상 어린이집 원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유아교육과, 보육학과, 타전공, 사이버 이수자 등 다양한 보육교사를 경험했다”며 “교사 역량이라는 것이 유아교육과를 나왔다고 해서 그게 다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전공자여도 열의를 가지고 잘하는 교사가 있고, 우리는 장애아를 보육하는 교사도 있다 보니 개인적 성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회장은 “물론 3년제 이상 정규 교육과정을 밟은 사람들이 양질의 교사라는 것이라는 것에 합의는 한다. 보육의 질을 높이려면 교사 진입 학력을 높여야 하는 것에도 동의한다”며 “실제로 일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보육교사가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에 근무를 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걸 교사의 질만 가지고 할 얘기는 아니다. 전체적인 운영 시스템, 원장의 역량, 학부모 태도와도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보육교사들은 사회적으로 질시를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재들이 보육 쪽으로 진입을 할지 모르겠다. 얼마 전 옆 어린이집에서는 지나가던 어르신이 ‘너네도 이상한 것 먹이냐’며 비난하셨다”며 “교사를 매도하지 않고, 처우가 좋고, 교사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우수한 인재가 보육쪽으로 유입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이 아동학대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동학대를 일으킬만한 소지를 가진 교사들도 있다. 성향적으로 자기 통제가 안 되고, 스트레스 관리가 안 되는 교사가 있다”며 “그걸 잘 받쳐줄 수 있는 것은 원장과 동료 교사, 학부모의 협조다. 예를 들어 발달 문제가 있는 아이를 부모가 인정하지 않고 일반 어린이집에 두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일반 보육교사를 정신을 못 차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육교사가 특수 아동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이 있는데, 받을 시간도 없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교육은 한계가 있다. 현장이 그렇다”며 “보육 질이 낮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사회가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춘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한 보육교사는 “처음에는 유아교육과 전공이 아닌 선생님들과 같은 업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근무를 하다 보니 불편하다거나 차이점은 못 느꼈다.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신다”고 말했다.

현실에 맞는 보육료 책정과 보육지원 체제개편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유치원에는 교사의 수당이나 처우개선비가 별도의 금액으로 따로 집행되는데, 어린이집 누리과정비용에는 이 금액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다. 즉 누리과정 비용 22만 원+7만 원 구조는 유치원과 같지만, 유치원의 운영비 7만 원은 방과 후 운영비 책정돼 전액이 유아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고 교육부 지원을 통해 교사 처우개선비는 별도로 책정된다는 것.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는 “누리과정 보육료 지원단가는 22만 원으로 5년째 동결된 상태다. 물가와 인건비 등은 계속 오르는데 누리과정 보육료는 장기간 인상되지 않아 많은 어린이집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엄격한 점검과 관리감독만이 대안이 아니다. 이미 최저임금조차 반영 못 하는 비현실적인 보육비용과 12시간 운영의 문제점은 정부가 알고 있다. 보육지원 체제개편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위원회는 “여기에 더해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간 차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민간분과위가 누리과정 담당교사 처우개선비를 복지부 예산으로 별도 편성해 지원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다”라며 “많은 전문가가 보육료는 보육의 질과 직결됐다고 말한다. 누리과정 보육료 현실화는 원장 배 불리기가 아니고 우리 아이들에게 질 좋은 보육환경을 만들어주는 지름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직접 나서서 누리과정 보육료 문제를 즉각 해결해주기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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