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애자인 여성들 가운데, 미국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귀엽고, 섹시하고, 다정한데다가, 노래까지 잘하는 이 남자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느냔 말이다.
지난 7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찰리 푸스의 단독 공연 ‘보이스 노트’(Voicenotes)는 그의 재능과 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찰리 푸스는 지난 5월 발매한 정규 2집 ‘보이스노트’의 주요 곡들과 자신의 히트곡으로 90분의 러닝타임을 채웠다.
공연은 시작부터 절정이었다. 찰리 푸스는 ‘더 웨이 아이 엠’(The Way I Am)으로 단숨에 공연장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슬로우 잇 다운’(Slow It Down), ‘페이션트’(Patient), ‘원 콜 어웨이’(One Call Away), ‘어텐션’(Attention) 등 노래가 소개될 때마다 함성소리는 더욱 커졌다. 찰리 푸스는 모든 곡마다 ‘지금이 진짜 하이라이트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유려하면서도 힘 있게 퍼지는 그의 목소리는 관객들의 흥을 돋워 모두를 춤추게 만들었다. ‘페이션트’를 부를 땐 길게 음을 끌거나 화려한 가성 애드리브를 선보여 환호 받았다. 관객들이 그의 목소리에 한껏 취했을 즈음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사우스 코리아”라고 속삭이기도 했다. 과연, 밀고 당기기의 귀재였다.
공연 중반 모니터 이어폰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찰리 푸스는 의연했다. 관객들에게 “(모니터 이어폰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노래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자신의 밴드 멤버들을 향해 “우리가 어떻게 (연주와 노래를) 해낸 거지? 놀라워”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찰리 푸스는 훌륭한 보컬리스트이자 장난기 많은 재롱꾼이었다. 관객들의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거나 객석 가까이에 쪼그려 앉아 다정히 손을 흔들었다. 장내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그의 셔츠 단추도 점점 더 많이 풀어헤쳐졌다. 급기야 ‘던 포 미’(Done For Me) 무대에선 셔츠를 벗어 던졌다. 근육질 몸매가 드러나자 객석에선 환호와 숨을 들이키는 ‘헉’ 소리가 엇갈렸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랐는지, 찰리 푸스는 관객이 건넨 피카추 모자를 머리에 쓰기도 했다.
앙코르 곡으로는 찰리 푸스를 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이 선곡됐다. 영화 ‘분노의 질주7’의 OST이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배우 폴 워커를 추모하는 노래다. 원곡에 실린 위즈칼리파의 랩은 관객들의 코러스로 채워졌다. 관객들이 부른 ‘너를 다시 만나게 되면, 모든 것을 얘기해줄게’(I'll tell you all about it when I see you again)이라는 가사는, 찰리 푸스를 향한 구애처럼 울려 퍼졌다. 찰리 푸스는 “여러분이 주신 에너지에 감사드린다”며 자리를 떴다.
이날 공연에는 주최측 추산 8500명의 관객들이 다녀갔다. 공연은 8일까지 이어지며, 양일 모두 시야제한석을 포함한 모든 좌석이 팔렸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