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폐경 여성, 수면·우울증 문제 심해

수술 후 폐경 여성, 수면·우울증 문제 심해

기사승인 2018-11-15 04:00:00

자궁 적출술을 하기 위해 폐경을 한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폐경한 여성보다 수면 문제가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가 나왔다.
고대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신철 교수 연구팀과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서수연 교수 연구팀은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수술 후 폐경을 경험한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폐경을 경험한 여성보다 수면 문제가 두 배 이상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갱년기는 여성에게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힘든 시기이다. 갱년기는 여성의 폐경과 함께 찾아오는데 여성 호르몬과 난소 기능의 감소로 인해 월경이 중단된 상태를 의미하며, 이 시기에 많은 여성들이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호소한다.

폐경은 신체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맞이하게 될 수도 있지만, 자궁 적출술 혹은 양쪽 난소 적출술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을 통해 갑자기 맞이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수술 폐경 여성들은 자연 폐경 여성에 비해 더 젊은 나이에 폐경을 맞이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경험한다. 또한 서서히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는 자연 폐경 여성에 비해 수술 폐경 여성들은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때문에 우울증, 수면 문제, 일과성 열감, 야간 발한과 같은 갱년기 증상을 더 심각하게 경험할 수 있다.

신철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유전체조사사업 중 안산코호트에 참여하고 있는 526명의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자연폐경 여성 중 15%가 우울증 증상을 보고한 것에 비해, 수술폐경 여성의 22%가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을 밝혀냈다. 또 수술폐경 여성은 자연폐경 여성에 비해 수면의 질이 낮고, 수면 시간도 더 짧고, 불면증이 있을 확률은 2.13배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커피 섭취, 낮잠 자기, 음주 등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들을 할 경우 자연폐경 여성보다 수술폐경 여성이 불면증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신철 교수는 “폐경 여성의 약 20%가 수술로 인해 폐경을 경험하는데, 이들은 자연폐경 여성에 비해 잠을 잘 못 자고 우울해도 치료를 잘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폐경 이후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폐경과 수면 검사를 병행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서수연 교수는 “현재 수술폐경 여성은 자연폐경 여성과 달리 치료 과정에서 특별한 교육이나 관리를 받지 않고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 폐경 여성들은 자연 폐경 여성에 비해 심리적인 문제나 수면 문제에 대해 더 취약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들을 위한 치료와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불면증을 유발하는 잘못된 생활 습관을 수정해 줄 수 있는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적 개입은 수술 폐경 여성들에게 신체적인 부담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해외저명 학술지인 ‘Menopause’ 2018년 11월호에 게재됐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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