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 남자들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선호한다’는 발언으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은 4일 일제히 사과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꼬투리잡기식 정치공세라며 맞섰다.
이 대표의 발언 전날 찡 딩 중 베트남 경제부총리와 국회에서 만나 한·베트남 교류협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한국당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다문화 가정에 대한 모욕과 비하를 넘어 여성에 대해 몰이해와 차별의 정서에서 나온 발언이다. 집권여당의 여성비하와 성희롱 발언은 이제 놀라울 것도 없다”며 정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집권여당의 대표가 어떻게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나. 여성이 상품이자 기호의 대상이라 생각하는 집권여당 대표라는 분의 시대착오적인 저질 발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이 대표의 정신 나간 망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표의 책임 있는 정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이 대표의 발언은 다문화 시대에 대한 몰이해를 여지없이 보여준 것으로 매우 부적절했다”며 “베트남 출신 여부를 막론하고 다문화 가정 모두에 대한 모욕이다. 다문화 가정 모두 앞에서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다문화 가정에 대해 매우 편협하고 굴절된 시각을 갖고 있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중 대부분은 한국어도 배우지 못한 채 홀로 혼인을 이유로 이국땅인 한국에 덩그러니 떨어지고, 낯선 이국땅은 멸시와 천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것이 이 대표가 말하는 ‘한국 남성들이 선호하는 베트남 여성’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고집 세고 오만한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현근택 상근부대변인은 “야당의 말꼬리잡기식 비판이 너무 과하다”며 “찡 딩 중 부총리는 어제 접견 자리에서 '많은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이 발언에 동감한다는 취지에서 한 것”이고 반박했다.
이어 “이를 두고 모질고 거친 표현을 쏟아내는 것은 전후 맥락을 살피지 않은 과도한 비판이자 백해무익한 정치공세일 뿐”이라며 “야당의 논평이 오히려 외교 문제로 비화되지 않을까 대단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