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복지 제도의 다양화를 통해 국민과의 접근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연말을 맞아 4일 오후 5시 온라인 생방송을 진행하고, 이같이 전했다. 이날 방송은 ‘당신의 1년, 우리의 1년’이라는 주제로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진행됐으며, 박지윤 아나운서와 보건복지 정책을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대상자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본인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장관은 그에 대한 올해 정책 추진 성과, 개인 소회 등을 답했다.
첫 번째 대상자는 발달장애인 김지수씨였다. 김씨와 동행한 케이틸아띠발달센터 근무자인 강승원씨는 “2014년 미디어 수업에서 지수를 만났다. 지수가 사진과 영상에 관심을 보여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면서 김씨를 소개했다.
이에 김씨는 “미디어 수업을 통해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났다. 학교에서 모습들, 여행에서의 모습들, 내가 속해 있는 발달장애인 문화재단의 모습들을 간직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뿌듯함을 느꼈다”며 “스마트폰이나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자동으로 찍고 있지만 때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의 빛을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씨의 사례를 들은 박능후 장관은 “지수 학생이 미디어 수업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듯 많은 발달장애인 학생이 그들의 특성에 맞는 지원을 받아 풍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들이 기억이 남는다. 사실 장애에도 종류가 있는데, 지체장애인에 비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지난 9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을 발표한 것이라 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체계적으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촘촘하게 종합계획을 세우고,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함께 자리에 참석한 김씨의 어머니 박미경씨는 성인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확대를 희망했다. 그는 “내년이면 지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해 (미디어 수업과 같은) 서비스 지원을 못 받는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기도 하고, 지수가 좋아하는 걸 성인이 돼서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이 ‘졸업 후’ 부분이다. (복지부는) 졸업 후 취업을 할 수 있는 분들은 취업을 도와줄 수 있는 직업훈련센터를 확대할 계획이고, 대학 진학을 원하는 분들은 상담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성인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돌봄 정책 마련을 계획하고 있어 과거에 없었던 정책들이 내년에는 많이 시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 대상자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맞벌이 아빠 김태규씨였다. 그는 아빠의 육아 참여 활성화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활동 ‘100인의 아빠단’ 참여자였다. 김씨는 “사랑의 결실로 아이가 생겼는데, 생각보다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 않았다”며 “아내는 육아 퇴근을 못 했고, 나는 방법을 몰랐다. 그러다 보니 다툼도 잦아지고 사이도 멀어졌다. 나름 방법을 찾은 것이 100인의 아빠단이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빠단 미션을 하나하나 참여하고, 아이와 함께하려고 하니 어느새 책을 같이 읽는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가 나를 많이 따를수록 엄마의 짐이 줄고, 자연스럽게 아내와 사이도 가까워졌다”며 “둘째, 셋째도 자연스럽게 생기더라. 아이 키우는 것은 혼자가 아닌 같이 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고, 많은 아빠가 참여하길 바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장관은 “육아는 아빠들이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다. 처음은 힘들지만 같이 하면 즐겁다”며 “100인의 아빠단에서 좋은 의견이 있다면 말해달라. 가정이 화목해지고 아이들도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적극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아동수당을 받는 엄마도 참여했다. 인천 옹진군 작은 섬에서 온 이미라씨는 아동수당을 통해 아이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부모를 위한 교육 지원 방안 마련도 희망했다. 두 명의 자녀를 둔 박지윤 아나운서는 이에 공감하며 “맞다. 우리도 부모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아동수당 정책이 시행되면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도움이 될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 아동수당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박 장관은 이에 “아동수당은 양육에 들어가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아이들의 권리를 사회가 인정하고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징표이기도 하다”며 “아프리카에 그런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음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우리는 마을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도를 잘 다듬어서 모든 아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부모 교육과 관련해서는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많이 부족하단 것을 한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부모 대상 교육을 하지만 국가지원센터는 없다”며 “대신 어린이집에서 부모 대상 교육이 진행된다. 젊은 부모들도 아이와 함께 큰다는 생각으로 그런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라매보육원 직원 고성국씨는 최저임금 인상 및 주52시간제도를 환영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임금 인상은 물론 기존 2교대에서 3교대로 근무체계가 변경되면서 사회복지사의 근무 여건이 나아졌지만, 갑자기 바뀐 제도로 인해 정작 아이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내가 키운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아동 관련 복지가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편으로 변화가 조금 걱정된다. 사회복지사가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2교대였던 근무제가 3교대로 바뀌었다. 근무환경은 좋아졌지만 변화로 인해 아이들이 또 적응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박 장관은 “전국 사회복지사들의 고생을 많이 한다. 우려스러운 점은 그들의 열정과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이 매우 낮다. 다행스러운 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그들의 임금이 올랐다”며 “동시에 52시간 근무 제한으로 연장근무에서 오는 수당이 줄어 총급여는 적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 담당 선생님이 자주 바뀌니까 아이들과 친밀도가 떨어지는 점에 대한 걱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 정책은 근로여건 향상이 목적이다. 기존에 받은 소득이 줄지 않도록 다른 방법를 최대한 강구하고, 아이들을 편안한 상태에서 돌볼 수 있는 정책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보육원을 퇴소하는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지원도 시행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자립수당을 지원할 것이고, 주거 마련을 위해서도 관계 기관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으로 인해 감사를 표한 이들도 있었다. ‘뇌간 교종’을 앓고 있는 딸을 둔 엄마 김영미씨는 이를 통해 병원비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1년 병원비만 1억 50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넓은 진료 영역까지 급여화 시켜서 부담을 줄게 하고, 가구가 부담하는 의료비 상한제를 설정해 얼마 이상은 건강보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하려고 한다”며 “또 중증소아환자들이 재택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왕진이라고 불리던 것인데, 시범사업 성과가 좋으면 전국적으로 확대해 소아 환자들이 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매 어머니를 둔 이옥균씨의 사연은 방송을 본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이씨는 현재 성동구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는 “3년 전 어머니의 치매로 인해 경남 창원에서 올라왔다. 우연히 발견한 어머니의 일기장에는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왜 내가 정신을 놓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아빠 돌아가시고 20년 가까이 혼자 살아오셨는데,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울지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성동구 치매안심센터 통해 치매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인지재활프로그램 등 활동들을 참여했다. 엄마도 좋아하고, 나도 외롭지 않았다”며 “가족모임을 통해 서로 고통을 나눴다. 우리나라는 치매를 부끄러워해서 말도 못 했는데,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함께 역경을 이겨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런데 대기자가 많기 때문에 인지기능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센터 이용에 한계가 있다.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까지 돌봄 공백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박 장관은 “치매는 국가와 가정이 공동으로 책임 해야 할 문제다. 이에 전국에 256개의 치매안심센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치매 인구에 비해 수가 적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쉼터 등을 만들어 시설공백 문제를 개선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지역 내 건강지원센터에서도 치매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대상자들은 기초연금 인상, 다함께 돌봄센터 확충, 지역사회통합돌봄서비스 등 각 제도를 통해 삶의 질이 보다 더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 시청자는 댓글을 통해 “좋은 복지는 잘 알아야 잘 누릴 수 있다.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장관은 “접근성 강화라고 하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국민이 제도를 잘 알 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 것과 제도를 알아도 국민이 접근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치매안심센터를 예로 들면, 치매안심센터에 가지 않아도, 근처에 있는 지역 센터에 가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다양화해 접근성을 높이겠다. 또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홍보를 많이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 직접 혜택을 받은 분들의 말을 들으니 뭘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자부심도 생긴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