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보석 기간 음주, 담배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물의 빚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재파기환송심 1차 공판에서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라며 불구속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 서울고법 형사6부는 이날 오전 11시20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재파기환송심 1차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전 회장의 보석 취소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날선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재벌이라는 신분 때문에 특혜를 받는 게 아니라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라며 “불구속 재판이라는 원칙에서 실행된 결과로 가난한 분들이나 다른 분들이 보석이 안 될 경우 이런 문제를 지적해서 불구속 재판이 되도록 해야지 이걸 특혜라고 해서는 곤란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떡볶이, 음주, 흡연이 부덕의 소치일지는 몰라도 피고인을 수행하던 기사가 몰래 휴대폰으로 촬영해 언론에 제보한 일”이라며 “어떤 의도인지는 몰라도 일반 국민들은 재벌이 무슨 떡볶이 밖에 안먹느냐며 불쌍하냐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배후세력을 의심하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검찰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며 일축했다.
검찰은 “전국 교도소, 구치소에 암환자가 288명이 수용됐다. 이중 간암환자는 63명”이라며 “이 중 피고인과 같은 3기 환자는 63명으로 구속 상태에서도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앞서 ‘보석 취소 검토 요청서’를 통해 밝힌 의견을 재차 강조했다. 또 검찰은 “배후에 관한 이야기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며 일축했다.
이 전 회장의 재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양 측의 자료와 법정 진술 등을 토태돌 조만간 보석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 전 회장은 2011년 증빙자료 없이 생산량을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으로 꾸미는 속칭 ‘무자료 거래’로 2011년 총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속됐다. 구속기소 된 이후 이 전 회장은 간암으로 간의 3분의 1을 떼어 냈다는 이유로 병보석을 받았고, 이후 현재까지 7년8개월째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이 전 회장은 병보석 기간 음주, 담배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물의를 빚었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초 언론 보도 등을 볼 때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가 보석을 유지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해 보석 취소를 검토해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해 이날 재판으로 이어졌다.
한편 이날 시민단체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는 서울 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 고등법원이 검찰의 ‘보석 취소 검토 요청’을 받아들여,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기자 회견을 통해 “간암이라던 이 전 회장은 버젓이 음주·흡연을 하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등 아픈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태로 곳곳에서 목격됐다”며 “간암 수술 후 건강을 되찾았음에도 보석이 유지되는 것은 법원의 ‘재벌 봐주기’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들은 “이 전 회장은 지난 7년 동안 태광그룹 내 지배권을 강화하고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며 “법원은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 회견에 참여한 노동·시민 단체는 금융정의연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경제금융센터, 한국투명성기구, 진짜사장재벌책임공동행동, 민주노총서울본부, 민주노총서울본부중부지구협, 희망연대노조, 민주노총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등이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