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도 마초처럼 보이던 사내는 그러나 의외로 수줍음이 많았다. 처음 본 관객들에게도 열렬히 사랑을 고백하는 여느 팝스타와 달리, 그는 관객에게 친한 체도 하지 못했다. 대신 치아가 다 드러날 정도로 활짝 웃어 보였다. 자신을 ‘내 도시에서 난 젊은 신’(‘오픈’ 가사 중)에 비유했던 28세 청년의 민낯이었다.
캐나다의 알앤비 가수 위켄드(The Weeknd)가 지난 15일 서울 경인로 고척 스카이돔에서 공연을 열었다. 데뷔 5년 만에 처음 갖는 내한 공연이었다. 현장에는 2만 4000여명의 관객이 모였다. 위켄드는 주최 측에 요청해 오프닝 디제잉 공연을 추가했다. 덕분에 영하의 날씨에도 공연장은 일찍부터 덥혀졌다.
예정된 시간보다 20여분 늦게 무대에 오른 위켄드는 영화 ‘블랙팬서’ OST인 ‘프레이 포 유’(Pray for you)를 시작으로 90분 동안 쉴 틈 없이 내달렸다. 다프트 펑크가 피처링한 ‘스타보이’(Starboy)를 비롯해 ‘파티몬스터’(Party Monster), ‘식스 핏 언더’(Six feet under), ‘리마인더’(Reminder) 등 정규 3집 노래로 관객들을 끌어들인 뒤, ‘하우스 오브 벌룬스’(House of balloons), ‘위키드 게임스’(Wicked games) 등 자신의 초창기 음악으로 데려갔다.
위켄드가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한 ‘필 마이 페이스’(Feel my face)와 ‘필 잇 커밍’(Feel it coming)을 부르자, 객석에선 떼창 대신 춤판이 벌어졌다. 밴드의 활약도 대단했다. 힘 있게 돌진하는 드럼은 관객의 흥을 돋웠고, 기타의 날카로운 굉음은 때때로 서늘함을 불러왔다. 무대 위에 놓인 수십 개의 스트로브 조명과 무빙 라이트는 화려함을 넘어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이디 가가, 마룬 파이브의 무대 디자이너 리로이 베넷의 솜씨다.
날카롭고 유려한 고음 덕분에 위켄드의 목소리는 팝의 황제 고(故) 마이클 잭슨과 자주 비교된다. 처연한 분위기도 서로 닮았다. 위켄드가 셀레나 고메즈와 헤어지고 난 뒤 쓴 곡이라고 알려진 ‘콜 아웃 마이 네임’(Call out my name)에선 그의 애절한 감성이 특히 돋보였다. 위켄드가 잔잔한 부위기의 ‘모닝’(the Morning)을 부르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휴대전화 불빛을 켜 흔들었다. 위켄드는 ‘웨이스티드 타임’(Wasted time)의 가사를 “한국 없이 일어나고 싶지 않아”로 바꿔 부르며 관객의 이벤트에 화답했다.
위켄드는 피비 알엔비(PB R&B)를 주류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렉트로니카, 힙합, 알엔비,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울러 빈티지한 분위기로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켄드는 ‘언드 잇’(Earn it), ‘더 힐즈’(The Hills), ‘캔드 필 마이 페이스’로 빌보드 핫 R&B 차트 톱3를 석권한 몇 안 되는 가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스타보이’(멋진, 중요한 등을 의미하는 자메이카 속어)라고 칭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첫 내한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위켄드는 오는 18일 일본 도쿄에서 아시아 투어 마지막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