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좀비에게 물렸다. 감염 증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큰 아들은 갈팡질팡한다. 그 사이 큰 며느리가 프라이팬을 들고 나와 아버지의 얼굴에 내리친다. 작은 아들은 한 술 더 떠 “죽어라, 이 좀비 새끼야”라며 주먹까지 휘두른다. ‘웃어도 돼?’라는 고민이 몇 번이나 찾아온다. 영화 ‘기묘한 가족’의 얘기다.
‘기묘한 가족’은 충청도 시골 동네에 좀비 쫑비(정가람)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쫑비를 맞닥뜨린 준걸(정재영) 가족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아버지 만덕(박인환)은 쫑비에게 머리를 물린 뒤 회춘하고, 막내 해걸(이수경)은 쫑비를 반려동물 다루듯 대한다. 대기업에서 해고돼 고향으로 돌아온 민걸(김남길)과 생활력 강한 큰 며느리 남주(엄지원)는 쫑비로 돈 벌 궁리를 한다. 돈을 받고 쫑비에게 물리게 하는, 일명 ‘좀비 감염 유료 서비스’.
원초적인 욕망에 천착하는 인물들은 대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기묘한 가족’도 마찬가지다. 조용하던 마을은 금세 좀비 소굴이 된다. 공교롭게도 준걸 가족만이 살아남는다. 좀비들 사이로 포위된 준걸 가족에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좀비에게 물리면 (일시적으로) 회춘한다’는 기본 설정을 포함해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준걸네 주유소에 몰려든 좀비들이 한바탕 춤판을 벌이는 듯한 장면에선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만 보는 사람에 따라 웃어도 되느냐 마느냐의 걸림돌을 맞닥뜨리는 순간이 올 텐데, 이는 마을 사람들을 죄다 좀비로 만든 준걸 가족에게 완벽하게 감정을 이입하기 어렵기 때문일 게다.
한 눈 팔지 않고 웃음을 향해 돌진하는 것은 ‘기묘한 가족’의 미덕이다. 감동이나 권선징악 메시지를 과하게 파고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시나리오가 가졌을 매력이 화면에서 충분히 빛나지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이 강하다. 작품의 토대가 되는 시추에이션 코미디와 중간 중간 삽입된 슬로우 모션, 만화적인 자막 등 오래된 코미디 장치가 엇박자를 내기 때문이다. 혹자에겐 신선할 수 있지만 괴상하다고 느낄 관객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빛난다.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상황에 녹아들어가 작품의 ‘B급 정서’를 돋보이게 만든다. 능청스러운 정재영의 연기는 물론이고, 엄지원에게서 느껴지는 서늘함이 재미를 더한다. 이수경과 정가람의 로맨스도 무척 사랑스럽다. 오는 13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