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친절한 쿡기자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죄송스럽게도 친절하지만은 못할 것 같아 먼저 양해말씀 드립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이후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오가고는 있지만, 공론화가 된 사안은 아니기에 명쾌한 답을 드리진 못할 것 같아서입니다. 다만, 한번 고민해봐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 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의사의 면허취소 후 재교부 문제입니다. 의료인의 면허취소와 재교부에 관한 규정은 현행 의료법 제65조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보건의료 시책 상 특정 지역이나 업무에 종사할 것을 조건으로 면허를 지급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보건복지부장관이 최대 1년까지 면허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거나 사무장병원에 고용되는 등의 이유로 자격정지처분을 받고도 의료행위를 하거나, 3회 이상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경우, 의료인 면허를 타인에게 빌려준 경우에는 복지부장관이 2년 이내에서 면허 취소가 가능합니다.
만약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사람의 생명 혹은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친 경우, 형법 등 의료법에서 정한 규정을 어기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않는다고 확정되지 않았을 때에는 3년 이내에서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이거나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또는 피성년후견인이나 피한정후견인인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해야하고 재교부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말을 바꿔보면, 면허취소의 기한을 정하고 있는 규정들에 따라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라도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면허를 다시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제기하며 사회적으로 ‘방탄 면허’ 혹은 ‘철옹성 면허’라고 비판받았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복지부가 산하에 ‘의료인 행정처분 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별다른 심의절차 없이 면허취소 시일이 지나면 면허를 재교부해줬기 때문입니다.
김승희 의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면허가 취소된 후 재교부 신청은 총 41건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재교부가 승인된 건은 40건이었습니다. 미승인 된 1건은 2012년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 의사로 수면마취제를 맞던 중 사망한 환자를 한강에 유기해 징역 1년 6개월과 과태료 300만원을 받은 허 모씨 신청 건입니다.
허 씨는 지난해 하반기 다시 면허교부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는 이를 다시 반려시켰습니다. 당시 심의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면허취소 기한이 지났고, 1번 재교부를 반려한 상황에서 1번 더 반려하기까지 내부적인 논쟁이 있었다”며 “중대한 사건이고 여론의 관심이 높았던 사안이지만 계속해서 재교부를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사망의 결과에 대한 고의를 떠나 사체를 유기하는 등 대처가 악의적이었고, 사회적인 파장이 컸던 사건이었기에 면허를 다시 지급하기엔 부담스러워 한 번 더 반려를 했지만, 사실상 별다른 규정이나 명분 없이 거부만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이에 다음은 장담할 수 없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른 범죄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 정서에 맞추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너무 쉽게 재교부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었고, 지금보다 강화된 절차가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면서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적정한 수준을 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적정한 의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이 지나면 면허를 갱신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그와 맥을 같이 해 취소처분이 종료되는 시기부터 시험이나 일정 절차를 거쳐 면허를 다시 받을 자격을 획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짧은 기간의 전공의 과정을 거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면허관리를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전문가평가제’를 도입하고, 과정과 결과의 투명성이 담보된 ‘자율징계권’을 협회가 갖고 의료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의료계가 스스로 자정을 거치며 발전하는 선진국형 면허관리제도를 갖춰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의사협회 한 임원은 “엄격하고 늘어만 가는 규제는 의사를 위축시키고 어둠 속에 숨도록 한다”면서 “제한하고 억제할수록 의사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위험한 일을 하지 않으려하기에 의료사고는 줄어도 죽어나가는 사람은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의료계 한 관계자도 “죄를 저지른 것은 분명한 잘못이지만 주홍글씨처럼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것은 2중 처벌과 같다”며 “전문가에 의한 자율징계가 투명한 의사결정과 집행에 따라 이뤄진다면 오히려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처럼 선진국에서는 자율징계권을 바탕으로 사회와 의료계가 만족할 처벌이 이뤄지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의사집단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낮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가제는 게편이란 평가가 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전문가가 아니기에 의사의 행위 중 어떤 것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이들의 손에 처벌을 모두 맡기는 것도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정부도, 의료계도, 사회도 여기에 대한 답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당신은 어느 곳의 손을 들어주실껀가요?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