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직업은 무엇이지요?” “가수입니다.”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직업을 묻는 판사의 말에 이같이 답했다.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공인으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은퇴를 시사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정준영은 이날 정장 차림에 어두운 표정으로 법정에 나타났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의 입장을 듣고 향후 입증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이날 정준영의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제시된 증거에도 모두 동의했다. 다만 재판부가 국민 참여 재판에 대한 의사를 물었으나, 함께 기소된 김모씨와 정준영 모두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정준영의 변호인은 “이 사건 피해자 가운데 2명 정도는 특정이 된다”며 이들에 대한 국선 변호인 선정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주셔서 (변호인을 통해) 합의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집단 성폭행 의혹을 이번 사건과 병합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정준영 쪽 변호인은 “어제(9일) 자로 공범 관계에 있는 최종훈(FT아일랜드 전 멤버)의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면서 “경찰 조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인 것 같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거 같아서 병합해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오전 정준영과 김모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속행하기로 했다.
정준영은 2015년 말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여성들과 성관계한 사실을 밝히며 몰래 촬영한 영상을 전송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 조사 결과 정준영은 11차례에 걸쳐 불법 영상을 유포했으며 피해자는 10여명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밴드 FT아일랜드 전 멤버인 최종훈 등 단체대화방 일행들과 2016년 강원도 홍천 등에서 여성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최근 경찰의 구치소 방문 조사를 받았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