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18·발렌시아)은 이강인이었다. 여유로우면서 날카로운 플레이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은 29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티히의 티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의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이로써 승점 3점(1승1패)을 얻어 조 2위로 올라섰다.

이날 결승골의 주인공은 김현우였지만 경기 내내 눈길을 사로잡은 플레이를 펼친 선수는 대표팀 막내이자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이었다. 

이날 정정용 감독은 1차전이었던 포르투갈전과 달리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이강인은 4-3-3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공격 전개의 중추 역할을 맡았다. 

전반전엔 활약이 크게 눈에 띄진 않았다.

남아공이 수비라인을 끌어내린 탓에 공간이 적었다. 또 이강인이 볼을 잡으면 빠르게 압박해 실수를 유도했다. 집중견제로 인해 이강인의 강점인 패스 플레이가 무뎌졌다. 

하지만 후반 들어 남아공 선수들의 움직임이 무거워지면서 이강인에게 기회가 났다.

이강인은 특유의 왼발 롱패스 뿐 아니라 짧은 패스와 스루 패스 등을 섞어가며 공격을 조율했다. 자신이 직접 공을 몰아 남아공 골문을 노리기도 했다.

포르투갈전보다 훨씬 위협적인 패스들이 나왔다. 당시엔 주로 수비 진영에서 공을 잡아 롱패스를 뿌려주며 공격을 주도했다면, 이날은 수비에 집중한 김정민과 정우진 덕에 전방에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측면에서 엄원상의 플레이가 살아난 것도 주효했다.

결승골도 이강인의 활약이 기점이 됏다.

후반 21분 이강인이 때린 슈팅이 코너킥으로 연결됐다. 24분 김현우가 상대 수비를 맞고 높이 뜬 크로스를 머리로 밀어 넣으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해외 외신들의 칭찬도 이어졌다. 

스페인 매체 라 반구아르디아는 경기 후 “이강인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첫 승을 이끌었다”며 “이강인은 자신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추켜세웠다.

발렌시아 지역 매체 엘 데스 마르케 발렌시아 역시 “이강인은 플레이메이커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발렌시아의 신동 이강인은 팀에서 최연소이지만 에이스 등번호 '10번'을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 오는 6월 1일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2승을 챙겨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