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복강경 광역학 치료, 동물실험으로 가능성 확인...췌장암 정복에 한 발

[단독] 복강경 광역학 치료, 동물실험으로 가능성 확인...췌장암 정복에 한 발

약물 주입한 암세포에 빛쏘여 사멸...실시간 진단-치료 새 시스템, 수술 어려운 췌장암에 빛비출까

기사승인 2019-09-26 04:00:00

췌장암의 복강경 광역학 치료(Photodynamic Therapy, PDT) 가능성을 국내 의료진이 동물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췌장암 정복에 한걸음 다가선 셈이다.

25일 분당서울대병원 췌담도센터 윤유석·이준서 교수팀은 최근 동물실험을 진행해 ‘췌장암 표적치료용 형광복강경 광역학 기술’의 가능성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올해 9월 흰 쥐를 활용한 소동물실험을 완료한 데 이어 지난 23일 시행한 미니 돼지에 대한 췌장암 대동물실험으로 수술이 어려운 췌장암의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형광복강경 광역학 치료시스템은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광감각제(포토론)를 췌장암 병변에 직접 주입, 형광복강경 진단기기로 암세포의 정확한 위치와 범위를 파악한 뒤 광역학(PDT) 레이저로 암세포를 소작해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복강경용 고출력 LED 의료광원기술 및 형광 검출 기술(암진단-PDD시스템)과 ▲광역학 치료용 반도체 레이저 기술(암 치료-PDT시스템)을 접목했다.

특히 복강경으로 췌장에 직접 접근해 광역학 치료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내시경적 방법으로 췌장암 광역학 치료를 시행한 적이 있지만, 실험 단계에 그친 바 있다.

이번 대동물실험에서 연구팀은 사람의 췌장암 세포를 돼지 췌장에 이식해 사람의 췌장암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실험 모델을 만들었다. 정형화하기 어려운 췌장암 동물실험 모델을 자체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돼지에 광감각제를 주입한 뒤 형광복강경으로 췌장부위의 암병변을 확인하고, 해당부위에 광역학 치료를 시행했다. 또 형광 복강경 기술로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암세포 소멸을 확인했으며, 추후 암세포 조직검사, 광역학 치료 실험모델과 기본 췌장암 모델 간 비교 등을 통해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9월 진행된 흰쥐에 대한 전임상실험은 광역학 치료를 완료하고 췌장조직을 채취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연구팀은 치료 당일로부터 5일과 7일째 되는 날 확인한 결과 육안으로 암조직이 완전히 괴사된 것으로 판단, 정확한 결과를 위해 현재 해당 조직에 대한 병리조직검사를 진행 중이다.

연구에서 활용한 새로운 형광복강경 치료시스템은 복강경으로 췌장에 직접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복강경기기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영상을 보면서 종양의 위치와 크기 등을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필요한 부위에 빛을 전달해 암세포 괴사를 눈으로 확인하며 치료할 수 있다. 개복이 필요 없는 최소침습수술으로 환자의 통증이나 상처 합병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다. 집도의의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기존 내시경적 방법에서 한 단계 나아간 기술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 치료가 어려운 췌장암 환자들에게도 췌장암 증상을 완화 또는 암제거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새 치료법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기존에 광감각제를 정맥주사로 종양세포에 축적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야 PDT시술이 가능했지만, 이번 복강경 실험에서는 종양세포에 직접 주사해 시술하면 효과가 더욱 배가 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향후 연구팀은 추가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윤유석 분당서울대병원 췌담도센터 교수는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수술이 어렵고, 예후도 좋지 않은 암이다. 최근 들어 항암제 개발로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가 늘었지만, 여전히 주위 혈관을 침범한 암세포의 경우 완전 제거가 힘들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렇듯 국소적으로 침범돼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에 있어 비침습적인 광역학 치료를 통해 암세포 크기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개발중인 치료방법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실현된다면, 이러한 환자들에게도 암 진행으로 인한 증상 치료나 나아가 원발암 병변의 완전한 제거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광복강경 시스템을 개발한 전기연구원의 배수진 박사는 “약물과 주변 산소, 그리고 빛이 만나면 발생하는 활성산소 반응으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광역학 치료 원리를 형광검출기술 및 복강경과 접목해 치료 접근을 용이하게 한 것”이라며 “현재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검증하는 인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실험은 분당서울대병원 췌담도센터의 윤유석 교수팀과 복강경 시스템을 개발한 전기연구원 배수진 박사팀, PDT시스템과 광감각제 포토론을 지원한 동성제약과 광학 치료용 광섬유 프로브를 개발한 대한광통신 등의 전략적 업무 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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