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전통 산수화에 대한 비판과 조롱' 파격 전시

'기존 전통 산수화에 대한 비판과 조롱' 파격 전시

기사승인 2019-10-15 13:34:32

“이제까지 이런 전시는 없었다” 기존의 동양화에 대한 선입견과 시각을 확 바꾼 파격적 주제의 전시가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려 미술애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대전 이응노미술관(관장 류철하)은 15일 ‘산수-억압된 자연’ 국제전을 개최, 오는 12월 22일까지 전시일정에 돌입했다.

국내 대학에서조차 정통 산수화가 동양화를 전공하는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마당에 이러한 비판적 담론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동양화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때라는 점에서 곱씹어 볼 만한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이응노 화백을 중심으로 4명의 한국작가와 4명의 중국작가로 구성되었다.

“다소 과격하고 자극적인 주제와 제목을 붙였다”는 기획자의 말처럼 이번 국제전은 기존의 산수화가 자연을 인위적으로 재해석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보고 이에 대한 비판과 조롱을 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윤재갑 관장(상하이 하우아트뮤지움)은 “산수화를 구성하는 삼원법(고원, 심원, 평원)이 자연친화적이라기 보다는 자연을 인위적으로 해석하고 억압하고 있다”며 “현대문명에 잠재한 감시의 시선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1전시실에서 만나는 이응노의 ‘군상’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인물들이 장면에 따라 다양한 투시법으로 그려진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과 항의의 몸짓은 역설적이게도 자유와 평화,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장위(중국)의 ‘곽희와의 대화’는 작품에 먹물을 스며들게 해 자연적으로 생긴 산수 이미지 여러 개를 허공에 매달아 관객들이 주위를 맴돌며 직접 산수를 체험하는 과정을 전시장에 옮겨 놓았다. 작가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종이가 잉크를 빨아들이는 화학적 반응으로 작품을 제작해 산수화가 가진 정신적 맥락을 재료적 물성으로 환원하였다.

오윤석(한국) 작가는 칼로 종이를 자르고 꼬는 방식을 통해 산수를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양의 자연관을 상징하는 풍수지리가 인간의 욕망일 뿐임을 드러낸다.

비디오 작가 이이남(중국)의 ‘만화병풍’은 전통미술의 답답함을 비판한다. 고전 산수화에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작품으로 과거의 명화를 만화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현대적 시각으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2전시실의 김지평(한국) 작가는 자연-인간-종교라는 문명의 조합을 억압받고 소외되는 여성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션샤오민(중국)도 억압받는 자연을 철제도구와 분재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 분재가 식물의 성장을 억압하고 인간의 욕심을 위해 희생당하는 폭력성을 고발한다.

3전시실에서는 펑멍보(중국)와 장재록(한국)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서도 미디어아트 분야의 중요한 작가로 주목받는 펑멍보는 자신의 유년시절 일기를 100여컷의 연환화(교육용 그림) 형식을 빌려 문화혁명기 국가이데올로기를 비꼰다.

장재록은 전통 산수를 디지털 픽셀의 이미지로 해체한 작품을 통해 삼원법이 고전역학의 가시적 세계에서만 작동하는 원리이며, 양자역학의 비가시적 세계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4전시실에서 만나는 중국의 현대미술 스타 작가 쉬빙의 ‘백그라운드 스토리:루산’은 비닐, 신문지 등 쓰레기를 이용해 산수화 이미지를 구현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림의 앞면에서는 전통 산수화를 볼 수 있지만 작품 뒷면을 보면 온갖 폐기물들이 빛에 투영되어 앞면의 산수화를 구성하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산수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것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며 “이 전시를 통해 중국과의 교류 뿐 아니라 이응노의 작품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응노미술관은 이번 전시와 연계해 오는 31일 대전시립미술관 강당에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동양화의 삼원법과 동양의 자연관에 대한 비판적 해석에 관하여 강연과 토론을 진행한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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