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사립고 두발 자유화 논쟁…靑 청원에 SNS 설문조사까지 진행

대구 한 사립고 두발 자유화 논쟁…靑 청원에 SNS 설문조사까지 진행

기사승인 2019-11-06 14:59:53

최근 서울지역 중·고등학교의 두발 규제가 전면 철폐된 가운데, 대구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두발 규제를 두고 학생과 학교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두발 길이 제한을 두는 것은 ‘학생의 기본권 침해’라며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학교측은 정제된 학교 공동체를 유지하려면 일정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논란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생 인권을 위협하는 A고 두발 규정, 검사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 청원은 A고교 재학생이 올린 것으로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두발 규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청원인은 “A고교는 오랜 역사 동안 거의 삭발에 가깝게 잘라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학생, 교사, 학부모의 투표를 통해 새롭게 규정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청원인과 A고교에 따르면 새롭게 바뀐 두발 규정은 손으로 누른 상태에서 눈썹 위 이마의 일부가 드러나야 한다. 또 귀가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며, 하복 옷깃에 닿지 않는 스포츠 형태로 파마, 염색 등은 불가하다.

청원인은 “두발 검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실제 규정과 검사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라며 “10월 28일 시행된 두발 검사는 이전에 학생들의 검사 길이보다 더 짧아도 불통과를 시키고, 규정이 바뀌기 전 기준에 부합하는 학생들만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원인은 두발 검사 시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두발 길이와 상관없이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청원은 6일 오전 11시 현재 1262명의 동의를 받았다.

A고교 학생들이 SNS에 청원 동참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서 두발 규제는 A고교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대구 지역 중․고교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SNS에는 많은 학생들이 A고교 학생들을 지지하며, 자신들이 겪었던 불합리한 두발 규제․검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지역의 다양한 이슈를 소개하는 ‘실시간 대구’는 공식 페이스북에 ‘학생은 학생답게 두발규제가 필요하다’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두발규제는 사라져야한다’ 등 두발 규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펼쳤다. 하루동안 진행된 이 설문조사에는 2만여명이 참여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설문 결과는 두발 규제 반대가 68%로 찬성 32%보다 곱절이상 높게 나왔다. 현재 설문조사에는 두발 규제와 관련된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두발 자유화에 대한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학생들이 두발 길이 제한에 불만을 표출하며 두발 자유화를 외쳤다.

서울지역 중․고생들은 지난 9월부터 두발 길이를 제안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9월 중․고생들의 두발 규제를 폐지하는 ‘두발 자유화’를 선언한 뒤 학교마다 자체 공론화를 거쳐 학생생활규정(학칙)을 개정했다.

대구시교육청은 규제를 폐지라기보다는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사립학교들이 정통성을 강조하며 두발 규제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두발 규제를 일괄 폐지하면 단위 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다만 신학기마다 학생․교사․학부모의 의견을 바탕으로 인권 친화적인 학칙을 제정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A고교 두발 규제 반대가 ‘뜨거운 감자’가 된 또 다른 이유는 두발 규제에 따르지 않은 학생들에게 벌점을 주는 등 관련 규정을 강제화하고 이를 학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A고교 두발 자유화를 지지하는 한 누리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교측에서 교사들에게 두발 규제와 관련해 공지한 내용을 공개했다. 공지에는 ‘두발을 학교 규정에 맞도록 정리해 달라는 부탁에도 통과가 되지 않을 시 교육위원회에 회부(두발이 아닌 교사지시 불이행)해 징계절차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라고 적혀있다. 또 징계 이후에는 당해 연도 수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있다.

A고교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옆머리를 짧게 하고 귀가 보이게 하는 등 수학능력시험 사진 규정을 바탕으로 두발 길이를 완화했다”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두발 길이 완화 이후 학습 분위기 등이 많이 무너져, 100% 자율화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머리길이가 좀 길다고 그것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되거나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교육권리헌장(3장) ‘개성을 실현할 권리’에서는 ‘학교가 두발의 길이를 규제해서는 안되며, 두발의 형태는 학생이 참여해 제·개정한 학교 규정에 의해서만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두발 길이는 규제하지 않으며 파마, 염색 등은 학생들이 정한 규칙이 있으면 허용된다.

전교조 대구지부 관계자는 “두발 규제나 단속은 전근대적이고 학생의 인권보장이 전무한 반인권적인 형태”라며 “두발을 규제를 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은 학생들에게 입시에 불이익이 간다면 교육적 관점에서 불합리하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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