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술체육요원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개선이 아니라 공정과 형평의 가치를 모두 무시한 불공정 개악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축구선수의 봉사활동 부정을 폭로하고, 병역특례제도 개선소위원회를 이끌며 공정한 제도개선을 촉구해온 하태경 의원은 이번 정부 발표안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째, 대중가수는 빼면서 성악과 판소리는 그대로 유지했다. 같은 노래 분야인데, 클래식 가수와 전통 판소리만 인정하고 대중가수는 외면했다. 이는 형평성의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 대중가수를 배제하려면 성악과 판소리도 제외해야 한다. 성악, 판소리 분야가 20대에 최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한다는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불공정에 분노하고 형평의 가치를 중시하는 국민여론을 철저하게 무시한 개악안이다.
둘째, 국방부 자체의 설문조사 결과도 왜곡 인용했다. 의원실이 입수한 [예술체육요원 등 대체복무제도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예술요원제도에 대한 국민 여론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응답자들은 대체복무제도 중에서 인원 감축이 가장 필요한 분야로 ‘예술요원’을 꼽았다. 또한 53.6%의 응답자가 ‘시대에 맞지 않음’과 ‘형평성에 어긋난 특혜’라는 이유로 제도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에는 이런 결과를 모두 빼고 66%에 달하는 국민이 찬성하는 것처럼 기술했다.
셋째, 병무청장 권한인 대회 선발권을 문체부에 넘기는 위법개혁안이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예술체육요원 선발 예술대회는 병무청장이 정한다. 그런데 현행법령까지 위반해가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전문가위원회를 거쳐 대회 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병무행정을 문체부가 좌지우지하게 만든 것이다.
넷째, 편입인정대회 축소도 철저한 눈속임이다. 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59.1%가 인정대회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외시킨 6개 대회는 최근 4년간 해당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대회가 축소된다고 해서 예술요원이 감축되지 않는다. 국민 눈을 속인 꼼수 축소인 것이다.
다섯째, 예술체육요원제도의 부실운영과 부정을 폭로한 국회의 개선요구는 모두 무시되었다. 국회는 지난해 국정감사부터 예술체육요원제도의 부실과 부정을 폭로해왔다. 56%에 달하는 예술체육요원들이 군복무 대신 수행해야 하는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하고 거짓 보고한 사실, 엉터리 상장으로 특례 인정을 받아낸 사례까지 밝혀냈다. 그 결과 공정성과 형평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제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으나, 정부는 국회의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여섯째, 부정비리 방치한 정부, 이번에도 예술계 이익집단의 눈치만 살폈다. 봉사활동과 특례선발 과정에 부정비리가 만연했던 것은 이를 감독해야 하는 정부 부처가 부정에 눈감고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또한 특례 추천권과 봉사활동을 감독할 책임이 있는 예술계와 체육계는 각종 서류 조작의 공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문체부는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으며, 협회의 입김은 여전히 대회 편성권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하다.
하 의원은 “정부가 예술체육계의 뿌리 깊은 적폐세력에 휘둘릴 것인지, 공정과 형평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