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쿠키뉴스] 권기웅 기자 = 경북 안동시가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이라며 공표한 재난문자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확진자의 이동 경로가 아닌 의심환자의 동선을 긴급 재난문자로 보내서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가 큰 혼란을 겪는가 하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의에 빠진 상인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줘 말썽이다.
안동시는 지난 22일 오전 10시 56분께 재난문자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5명이 발생했다’에 이어 같은 날 오후 1시 9분부터 확진자가 다녀간 특정 업체 3곳과 시간대를 공개했다.
재난문자가 발송되자 이 시간대 특정 장소를 방문한 시민은 불안에 떨었고 해당 업체 또한 큰 충격을 받았다. 이날 안동시는 업체에 방역팀을 보내 소독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안동시는 하루 만인 23일 오후 3시 13분께 ‘이들 업체는 확진자 방문 장소가 아님을 알립니다’며 정정 문자를 보냈다. 안동시는 확진자가 아닌 의심환자의 이동 경로를 여과 없이 시민에게 배포한 셈이다. 결국 당시 확진자 동선은 재난문자로 보내지 않은 채 시 공식 SNS에만 공개했다.
이 소식을 접한 상인들은 절망감과 함께 시의 안일한 행정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시청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76·여) 대표는 "재난문자를 보고 어제오늘 아무것도 못 하고 벌벌 떨었다"면서 "오늘 문자를 받고서야 확진자가 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분개했다.
이어 김 대표는 "생각할수록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며 "어디 가서 항의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안동 시내에서 40여 년간 2대째 안동한우 식당을 운영하는 김선웅(46) 대표는 "어제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재난문자 한 통에 40여 년간 이뤄 놓은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며 "너무 충격적이었고 우울했다"고 당시 기분을 털어놨다.
김 대표는 "문자 통보 후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장사하는 중간에 방역팀이 갑자기 식당에 들어와 방역하고 장사를 못 하도록 출입문에 경고 문구를 붙이고 갔다"며 "그러더니 같은 날 저녁 의심환자가 ‘음성’으로 나오자 뒤늦게 이 경고 문구를 제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하루 만에 지옥과 천국을 갔다 온 기분"이라며 "안동시의 안일하고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은 행정에 화가 난다"며 "시와 보건소에 항의 전화를 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최초 언론에 보낸 확진자 발표 기자회견문에 기재된 안동 3번 확진자 A(74·여) 씨와 안동병원 야외진료소를 방문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B(25) 씨 사이에서 오류가 생겼다"며 "이 과정에서 음성이 나온 A 씨의 동선이 재난문자로 보내졌다"고 해명했다.
zebo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