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대구 봉쇄? 가뜩이나 불안한데, 장난하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확산에 따른 대책을 내놓으며 ‘대구‧경북 봉쇄 조치’라는 용어를 써 지역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당정청은 뒤늦게 ‘지역 출입 봉쇄가 아닌 방역망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분노에 찬 지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발언 직후 온라인에서는 대구 지역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는 ‘대구 봉쇄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대구 봉쇄’가 다시 등장했다. ‘대구 봉쇄’는 지난 19일에도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왔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대구 봉쇄’ 소식에 격앙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한 누리꾼은 “이번주에 수원공장에서 받을 물건이 있었는데 ‘대구봉쇄’ 소식에 놀라서 일부 물량이라도 보내 달라고 해야 하나 싶었다”면서 “가뜩이나 불안한데 왜 그런 말을 해서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냐”고 분노했다.
대구지역 맘카페인 ‘대구365’의 한 회원도 “뉴스에서 대구 봉쇄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서운하고 화가 나던지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다”면서 “사실은 봉쇄하려고 했는데 여론이 너무 안 좋아서 말을 바꾼 거 같다. 대구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너무 화가 난다”고 맹비난했다.
이밖에도 “입국금지 시키라는 중국은 안 시키고, 같은 자국지역을 봉쇄한단다”, “마스크 하나 구하려고 새벽부터 줄서는 대구사람 생각하면 저런 말 못 한다”, “정부가 대구를 버리는 건가?”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김 의원도 ‘대구 봉쇄’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당에서) 급하게 해명하기는 했지만, 왜 이런 배려 없는 언행이 계속되는지 비통한 심정”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싸우고 또 하나의 적, 불안감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대구·경북 시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마음의 상처를 안겨 줄 수 있는 어떠한 언행도 일체 삼가해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특히 당정청의 ‘대구 봉쇄’ 발언은 당사자인 대구‧경북과는 협의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지자체장들도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대구 봉쇄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며 “봉쇄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 의미가 경우에 따라서는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우한 같은 폐쇄를 의미하는지, 이동제한과 자가격리 등을 조금 강하게 이야기한 것인지 그 의미를 모르겠다”며 “봉쇄까지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 봉쇄’에 격양된 지역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했다.
이날 대구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설명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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