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 7살 딸아이를 둔 김모(36)씨는 2일 유치원비가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는 문자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3월 개학을 2일에서 9일로, 다시 23일까지 연기 됐지만 원비는 한 달 치가 통으로 빠졌다. 교육비는 물론이고 급식비와 간식비, 교통비까지 계산된 금액이었다.
김씨는 “23일에 개학을 하면 이번 달에는 유치원 가는 날짜는 고작 7일뿐인데 한달치 원비는 다 받는다는 게 이해 할 수 없다”며 “교육비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급식비나 교통비는 일별로 계산하는 게 맞지 않냐”고 속상해했다.
반면 달서구에 사는 서모(38)씨는 6살 딸아이의 유치원에서 “3월 교육비는 받지 않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서씨는 “유치원에 전화를 했더니 코로나19 때문에 유치원에 나오는 날도 많지 않은데, 그냥 3월 한달 원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하더라”며 “돌봄도 국가지원금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위로해 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교육부가 전국 유‧초‧중‧고등학교 개학을 3주일 연기하면서 사립유치원들마다 교육비 책정 기준이 달라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역 유치원은 보육료와 교육비를 선납 받고 있다. 이 때문에 3월 한 달분의 교육비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유치원마다 다른 기준으로 교육비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일부 학부모들은 특별한 공지 없이 자동이체로 교육비와 급‧간식비, 교통비까지 빠져 나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역 맘카페에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학부모들이 유치원을 퇴소하고 가정보육을 선택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맘카페 ‘대구365’의 한 회원은 “돌봄을 하는 것도 아닌데 수십만원의 원비를 내는 게 아까워서 퇴소 신청을 했다”면서 “일단 한 달간 집에서 쉬면서 가정양육수당을 받고, 사태를 보면서 계속 유치원에 보낼지를 결정할 생각이다”이라고 말했다.
학원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구지역 대부분의 학원들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지난달 20일전후로 휴원에 들어갔다.
휴원에 들어간 학원들은 인터넷으로 강의를 하거나 예습 과제를 내주며 학습을 돕고 있다.
문제는 학원비다. 규모가 큰 학원들은 통 크게 3월 한 달간 학원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동네 학원들은 월세와 인건비 등의 이유로 학원비 할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배모(41)씨는 “유명한 학원들은 인터넷으로 숙제도 내주고 전화나 카톡으로 공부한 것들을 봐주면서도 학원비는 받지 않는다고 하는데 동네 학원은 그렇지 않다”면서 “수학이랑 영어만 합해도 50이 넘는데 부담스러워서 학원을 끊고 싶어도 진도 차이가 날까봐 그럴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의 유치원 원비는 유아교육법에 따라 해당 유치원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환불이나 이월도 해당 유치원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로 인한 휴원 시 유치원비를 감면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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