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동네 이비인후과..."격리명령만 50여곳"

'코로나 직격탄' 동네 이비인후과..."격리명령만 50여곳"

환자 마스크, 잠깐 내려도 밀접접촉 격리...귀·코·목 보는 이비인후과 울상

기사승인 2020-05-21 03: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불황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동네 이비인후과의 어려움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비인후과 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환절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환자들의 발길이 뜸해진데다 확진자 방문으로 2주 이상 문을 닫은 곳만 50여군데다.

20일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월 말부터 최근까지 확진자 방문으로 2주간 자가격리 명령을 받은 동네이비인후과의원이 48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의사회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로 실제 문을 닫은 이비인후과의원은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의료진이 방역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확진자를 진료했으며, 마스크에 방역용 장갑과 수술용 가운까지 착용하고 확진자를 진료한 곳도 예외없이 '2주 자가격리'명령을 받았다.

특히 귀·코·목을 들여다보는 이비인후과의 특성이 발목을 잡았다. 의료진이 KF94 마스크를 착용했더라도 진료 중 환자가 마스크를 벗었다는 이유로 줄줄이 '자가격리'조치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확진자 동선공개'도 의료진들의 걱정을 더했다.  '확진자 방문 병원'이라는 낙인효과 때문이다. 2주 자가격리 기간이 끝난 뒤 다시 병원 문을 열더라도 낙인효과로 환자들의 방문이 끊겨 경영 타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박국진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장은 "다른 과들은 서서히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이비인후과 현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라며 "언제 확진자가 다녀가 문을 닫을지 모르는 '러시안룰렛(권총에 한 발의 총알만 장전한 뒤 차례로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무조건 자가격리 명령을 내리고, 병원명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박 회장이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 소재 이비인후과의원도 올해 3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하는 바람에 2주간 병원 문을 닫고 자가격리에 들어간 바 있다. 박 회장은 "2주 동안 병원 문을 닫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자가격리가 끝나더라도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이라는 낙인이 남는다. 다시 병원 문을 열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는데도 환자들의 공포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진료량이 전년 대비 20% 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적지 않은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방역 마스크와 장갑, 고글 또는 페이스쉴드, 일회용 가운 등 4대 보호구를 착용하고 진료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개별 상황에 대한 역학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격리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현장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의사회 조사에서 확진자가 다녀간 이비인후과의원의 의사가 감염된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간혹 있더라도 굉장히 낮을 것이라고 본다"며 "병원에서는 기본적인 방역이나 생활수칙에 신경을 쓴다. 보호장구의 경우 하루에도 수시로 새것으로 갈아입고, 환자를 받을 때마나 소독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역당국의 과도한 조치가 현장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이비인후과 진료가 시급한 환자들의 치료를 막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확진자가 잠깐 마스크를 내렸다고 해서 병원 운영을 중단케하고 의사에 자가격리 명령을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 각 진료상황과 의사의 보호구 착용 등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확진자의 동선을 무작정 알리는 것도 공익적 효과성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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