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한풀 꺾였던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차 대규모 확산을 대비해 의료진 동원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크게 퍼졌던 대구지역에 파견됐던 의료진들 사이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미숙한 행정대응에 인력 운용에 혼선을 빚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좋은 뜻으로 나선 의료진들이 상처도 입는 일도 빈번했다는 것이다.
3월 중순부터 한 달간 대구에 자원 근무에 나섰던 김현아 간호사는 "행정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김 간호사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간호사의 편지'를 써 화제가 됐었다. 그는 "상황이 긴박했던 것은 이해하지만 대규모로 의료진들을 동원했으면 어느 정도는 행정적인 준비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처음에는 '무조건 와 달라'며 의료지원을 호소했지만, 환자가 줄어들자 일부 의료진들에게 내일부터 나오지 않아도 된다며 갑작스럽게 통보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대구 지역은 하루 확진자가 세 자릿수대로 치솟고 누적 확진자 수가 6000여명에 달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다. 이후 4월로 넘어가면서 하루 확진자가 두자리 수대로 떨어지는 등 서서히 잦아들었다. 김 간호사는 "현장에서 감염위험을 무릎쓰고 나섰던 의료진 입장에서 '내일부터 나오지 마시라'는 문자메세지를 받으면 섭섭하고 서운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다시는 대구에 오고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라며 "의료진들도 코로나19가 무섭고 겁나지만 사명감으로 나선 만큼 마음을 헤아리는 정도의 배려가 있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대구 파견 의료진에 대한 수당과 여비가 늦게 지급돼 한때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한 달 동안 머물었던 숙박비 등은 개인 카드로 결제하고 나중에 받는 식이었다. 지급이 늦어져서 의아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지금은 모두 들어왔다"고 전했다.
감염 관리 측면에서 현장 의료진에게 일정 부분 권한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구 지역에 8주가량 파견 근무했던 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장은 "감염병 사태에서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당시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지휘권이 흔들리다보니 위험한 상황들이 다소 연출됐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예컨대 교차감염 가능성이 발생했는데도 방호복을 갈아입지 못한다거나 행정편의적으로 현장 의사의 의견이 무시되는 등의 문제다. 또 재양성자의 경우 당장 전염력이 없더라도 단기간에 몸이 안좋아져 전염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판단해 현장을 통제해야 하는데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본부와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김명재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감염병 단계에 따른 적정 의료인력의 규모 등 지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특정 시점 또는 업무에 있어 의료인력이 부족하거나 과도한 상황이 벌어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 김 이사는 "공중보건의사의 경우 국가에서 차출하는 식으로 명령이 내려온다. 그런데 전날 갑작스럽게 명령이 떨어지는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지금의 규모에서는 개선 가능한 문제라고 본다"며 "또 대구 현장에서도 적정인력 수준이 관리되지 않아 혼란을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차 유행이 터졌을 때는 이전처럼 모든 의료진을 총동원하는 식이 아니라 확산 규모에 따른 적정 의료인력, 종류 등에 대한 계획과 지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각 지자체가 정하고 있지만 중앙에서 안정적으로 조율해주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며 "WHO는 물론 정부도 2차 유행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미리 준비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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