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쿠키뉴스] 권기웅 기자 = 인명구조 장비를 동원해 청사 옥상에 골프연습장을 만들어 논란에 휩싸인 경북 영주소방서<본지 17, 18일자 보도>가 이번에는 십여 년간 국유지를 무단 점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영주소방서의 이 같은 행위를 그간 허가·관리 권한을 가진 영주시가 눈감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돼 공공기관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유독 일반 시민에게 혹독한 법률과 규정이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허술함이 드러나서다.
23일 영주소방서에 따르면 2003년 소방서 청사 준공과 함께 문수면 적동리 125-8, 125-28, 126-6번지에 1455㎡(약 440평) 규모의 테니스장 2개 동을 조성했다.
이중 문수면 적동리 125-8번지 661㎡를 무상사용 조건으로 운동시설 허가를 받았으나, 나머지 125-28, 126-6번지 794㎡의 국유지(도로용지)는 무단으로 점용했다. 일부 국유지는 사용허가를 받고 이어진 더 큰 면적의 국유지는 은근슬쩍 테니스장으로 조성해버린 셈이다.
특히 폐소화기를 보관하는 미신고 가건물 1동과 무허가 조명탑 2개도 설치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영주시민 A(40·여) 씨는 "작은 상가를 운영할 때도 소방당국이 매우 깐깐하게 서류와 관련 법규를 따진다"면서 "영주소방서가 십여 년간 불법을 자행한 건 이해가 가질 않는 데다 영주시가 봐주지 않고는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영주소방서 관계자는 "청사 조성 당시 영주시에 허가를 받은 부분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고 테니스장을 조성해 사용했다"며 "영주시와 협의해 적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무려 17년간 영주소방서가 국유지를 무단으로 점용했지만, 허가·관리기관인 영주시는 "몰랐다"고 주장해 행정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영주시 관계자는 "매년 실태조사를 나가지만, 무단점용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현장조사 후 불법 사실이 확인되면 원상복구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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