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쿠키뉴스] 권기웅 기자 = 현장 취재를 다니다 보면 기사 보도를 늦추거나 막기 위해 ‘밥 먹자’, ‘술이나 한잔하자’ 등 이른바 ‘접대성 멘트’를 자주 접한다. 그러나 남은 취재와 보도가 있다면 흔쾌히 응하기가 어렵다. 독자를 비롯한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데다 굳이 그럴 이유를 찾지 못해서다. 성역 없는 취재를 위해서 기자는 항상 외로워야 한다는 선배들의 조언도 무겁게 다가온다.
최근 수십 년간 청사 옥상에 골프연습장을 조성하고 국유지를 자신의 소유물인 것 마냥 사용해 온 경북 영주소방서의 실태보도가 본지를 비롯해 여러 매체를 통해 잇따랐다. 해당 소방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도 취재 도중 "기자들이 월급이 없는 것으로 안다", "월급을 많이 받는 내가 밥을 사겠다"는 등의 간부 소방공무원의 발언은 썩 달갑지 않았다.
‘밥한 끼 먹고 떨어져라’, ‘월급도 받지 못해 뭐라도 뜯어 먹으로 왔냐’는 식의 비아냥으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고작 밥한 끼와 바꿔버리려는 영주소방서의 행태는 당시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에 대해 해당 간부 소방공무원은 "신문사 운영체계가 궁금했을 뿐 악의적인 마음은 없었다"며 "오해가 있었다면 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있지도 않은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움직임도 놀라웠다. 최근 영주소방서 간부공무원과 부하 직원 등 3명이 찾아와 취재보도 경위가 내부 제보인지, 민원인지를 추궁했다. "서장님이 궁금해하는가 하면 윗선에 보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잘못된 일을 반성하고 바로잡으려기보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소방공무원들을 접하며 과연 이들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파수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단 영주소방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북지역 곳곳에 자리 잡은 200여 개의 소방 관련 시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화재현장에서 혹은 구조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목숨을 내던지는 찐(진짜) 소방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해묵은 문제를 털고 가길 경북소방본부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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