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자꾸 상처가 나요"...핏줄 안 솟아도 '하지정맥류' 의심

"다리에 자꾸 상처가 나요"...핏줄 안 솟아도 '하지정맥류' 의심

다리에 알 수 없는 상처나 발진도 '하지정맥류' 의심증상

기사승인 2020-07-23 19:32:10

▲하지정맥류를 방치하여 피부 괴사가 일어난 상태. 인천성모병원 제공.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5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고 치료를 마쳤다. 평소 다리 곳곳에 알 수 없는 상처가 계속 나타나 수차례 피부과 진료를 받은 뒤였다. 진물이 나는 상처 때문에 반바지 착용은 물론 목욕이나 샤워 등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컸었다. 피부과 진료에도 다리 상처가 지속되자 결국 혈관외과로 연결된 케이스다. A씨의 경우 혈관이 튀어나오는 증상이 없어 하지정맥류로 의심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치료를 마친 후 그는 "일상생활이 편해지고 다리가 가벼워졌다"며 의료진에 감사의 뜻을 알려왔다.

다리에 핏줄이 솟지 않았더라도 하지정맥류를 의심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견해가 나왔다. 

윤상섭 대한정맥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은 22일 대한혈관외과학회·대한정맥학회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하지정맥류 증상은 언제든지 순서가 바뀌어 나타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꼭 핏줄이 울퉁불퉁 튀어나오지 않아도 다리에 알 수없는 상처가 지속된다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정맥류는 혈액을 다리에서 심장으로 올려 보내주는 정맥 내 판막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하지정맥은 중력의 반대방향인 심장을 향해 혈액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종아리 근육이 혈액을 밀어올리면 하지정맥 내 판막이 역류를 막아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판막이 약해지면 심장에서 종아리로 내려간 피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역류해 부풀어오르고,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오거나, 쥐, 부종, 피부궤양 등 여러 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 부종, 혈전, 색소 침착, 피부 경화증 등 삶의 질을 침해하는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흔히 하지정맥류 증상으로 '다리 혈관 돌출'을 꼽지만, 실제 환자 중 해당 증상을 경험한 비율은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학회가 하지정맥류 환자 1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 환자들은 '다리가 무겁거나 피로한 느낌'을 가장 많이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고, 다리 무거움, 발바닥 통증, 쥐 남 등 다른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앞선 A씨 사례와 같이 하지정맥류가 다리 혈관 돌출을 경험하지 않고, 곧바로 피부 궤양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정혁재 부산대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대한혈관외과학회)는 "임상적으로 분류하면, 실핏줄이 비치거나 혈관이 돌출되는 단계에서 시작해 한 쪽 다리가 붓거나 피부가 습진이나 아토피처럼 붉게 발진이 일어나는 단계, 부풀어오른 혈관이 터져서 궤양을 일으키는 위험 단계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다만, 개인마다진행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며 "자꾸 생기는 다리 상처 때문에 불편한 분들은 검사를 통해 정맥류에 역류가 나타났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이사장도 "(하지정맥류의 다양한 증상으로) 환자들이 피부과나 정형외과를 먼저 찾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하지정맥류가 전문과목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부적절한 치료를 받다 혈관외과 등으로 오는 경우가 더러 나타난다"며 "대한정맥학회 회원 중에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산부인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회원들도 포함돼 있다. 하지정맥류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진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정맥류는 여성에게 많은 질환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하지정맥류 환자 18만 4239명 중 여성은 12만 5169명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임신과 여성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다. 

유전적인 요소도 크게 작용한다. 양쪽 부모가 하지정맥류가 있을 때 자녀가 동일한 질환을 앓는 경우가 90%에 달한다. 한 쪽 부모가 하지정맥류를 앓을 경우 남성은 25%, 여성은 62% 확률로 하지정맥류를 갖게된다. 부모 모두 하지정맥류가 없는 경우에도 약 20%가량은 하지정맥류를 앓을 수 있다. 

특히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하지정맥류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날씨가 더워지면 우리 몸의 혈관이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피부 바깥으로 열을 발산하는 데, 이 과정에서 하지정맥이 더욱 늘어나면서 증상이 보다 심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무더운 여름일수록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는 생활 속 습관이 중요하다. 오래 서있거나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면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활용하거나 적절한 운동, 자기 전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두는 습관 등이 도움이 된다. 

윤 이사장은 "하지정맥류는 사람이 서서 다니기 때문에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서있는 것이 가장 좋지 않다"며 "요즘같은 때 집안에서 정체돼 있다면 하지정맥류 진행이 빨라질 수 있다"며 "가만히 정체되어있는 시간 줄이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피로회복을 위해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두는 시간 갖는다면 증상의 완화나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