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기획재정부가 수립하는 향후 5년간 중기재정계획인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문재인 정부 들어 당초 세웠던 재정지출 계획 범위를 크게 넘으면서 고무줄 재정운용계획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매년 해당 회계연도부터 5회계연도 이상의 기간에 대한 재정운용계획을 기재부가 수립하여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그 해 9월 기재부가 첫 제출한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2021년 예산지출계획(안)은 500.9조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년도 예산안은 555.8조원이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처음 계획한 당초 재정지출계획과 실제 2020년의 경우에도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으로는 재정지출을 476.7조원으로 계획했지만, 2020년 지출예산(본예산 기준, 1∼4차추경 제외)은 512.3조원이었다. 당초 계획보다 35.6조원이나 많은 지출예산이 편성된 것이다. 이는 금년 1·2차 긴급재난지원금 등 코로나19 경기대응을 위한 4차례 추경을 제외하고도 지출계획 범위를 크게 넘은 것이다. 2019년 역시 지출계획은 453.3조원이었으나 실제로 편성된 지출예산은 469.6조원으로 지출계획을 16.3조원이나 넘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각종 현금성 복지지출과 의무지출 등이 크게 증가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정지출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5%(예산안 기준) 증가해 전 정부(2013∼2017년) 2.9%∼5.5% 증가율 수준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이전 정부에서는 출범 초 세워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비교적 잘 맞춰 운용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기재부가 수립한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박근혜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17년 지출예산을 400.7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2017년 지출예산(본예산기준)은 400.5조원이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 역시 ‘2008∼2012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임기가 끝나는 2012년 지출예산을 326.7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편성된 지출예산은 금융위기 무렵이던 2009년(10.7조원 차이)을 제외하고 5년동안 지출계획과 예산간 차이가 불과 1∼2조원에 불과했다. 오히려 집권 마지막 해에는 지출계획보다 1.3조원 적은 지출예산을 편성했다. 당시 정부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2009년에는 재정지출을 8.5%, 10.6%로 늘려 확장재정을 펼쳤으나, 2010년엔 재정지출 증가율이 2.9%에 그치면서 지출증가를 낮추려는 모습
을 보였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당시 정부는 지출예산을 16.6% 증액했으나 이듬해인 1998년에는 4.0%만 늘여 지출증가율을 낮추고, 당시 조성한 공적자금을 국채로 전환하면서 ‘공적자금상환기금법’과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을 제정해 구체적인 상환계획(2028년)을 세우는 등 재정건전성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기재부 2차관을 지낸 류성걸 의원은 “과거 경제위기 때 정부는 확장재정을 했다가도 이듬해에는 총지출을 줄이고 상환계획을 마련하는 등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며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그런 의지도, 노력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류 의원은 “국회 심의 과정을 거치지도, 계획 달성 여부도 점검받지 않다보니 이제는 지킬 필요도, 지키지도 않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돼 버렸다”며 “국회보고절차와 심의를 강화하고, 계획달성 여부 점검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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