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방탄소년단이 들려줄 일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방탄소년단이 들려줄 일기

기사승인 2020-11-20 06:01:03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지난 8월, 서울 모처의 한 사무실. 새 음반을 준비 중인 그룹 방탄소년단이 타이틀곡 ‘라이프 고우즈 온’(Life Goes On) 뮤직비디오를 놓고 토의에 한창이다. “우리끼리 찍는 게 (노래의) 감성에 잘 어울릴지 모르겠네.”(지민) “‘라이프 고우즈 온’이잖아. 삶은 계속 된다는 거니까, 우리가 뭔가를 해나가는 걸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RM)

뮤직비디오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자니, “우리 얼굴은 나와야 하지 않겠냐”는 슈가의 말이 걸리고, 숙소에서 찍자니 웹 예능 ‘본 보야지’와 배경이 비슷하다. ‘인더숲 BTS편’처럼 야외에서 노는 모습을 담자는 제안엔 RM이 주저한다. “사람들은 집에 있어야 하는데, 우리끼리 펜션에서 놀고…. 사실 그것도 안 되는 거잖아.” 결국 슈가가 묘안을 냈다. “일상과 야외에서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는 건 어때?” RM은 “현실과 이상을 합쳐서 보여주는 것 같다”고 찬성했다. 처음엔 회의적이던 지민도 “감성 자극 제대로 하겠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거듭된 회의와 토론으로 완성한 방탄소년단의 새 미니음반 ‘비’(BE)가 20일 오후 2시 베일을 벗는다. 타이틀곡 ‘라이프 고우즈 온’을 포함해 총 8곡이 실린 음반이다. 음반 제목은 ‘존재한다’(Being)는 뜻이다. 신보가 삶과 실존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소속사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느낀 감정과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비’에 담았다.

타이틀곡 제목인 ‘라이프 고우즈 온’은 방탄소년단이 지난 9월 제75회 유엔 총회에서 미래 세대에게 보낸 메시지에도 등장하는 문장이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정해진 답도 없다”면서 “모든 게 불확실한 세상일수록, 항상 ‘나’ ‘너’ 그리고 ‘우리’의 소중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절망에서 벗어나 서로를 향한 따뜻한 연대로 다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자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는 ‘비’ 음반에서도 계속된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 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일기장 속 페이지 같은 음반”이라면서 “(펜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시기에 우리가 느낀 감정을 음반에 반영했다”고 소개했다.

멤버들은 ‘비’ 제작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한다. 작사·작곡 위주로 참여했던 이전 음반들에 비해 한층 적극적으로 작업에 참여한 것이다. 지민은 프로젝트 매니저(PM) 역할을 맡아 멤버들과 소속사 사이에 가교를 놨다. 어떤 주제로 음반을 꾸리고 싶은지, 곡 구성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등에 대한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소속사에 전달하는 식이었다. 이 외에 뷔와 RM은 비주얼 구상과 음반 디자인을 각각 맡았고. 슈가‧제이홉‧정국은 프로덕션&코디네이션으로 음반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그간 직접 찍은 영상과 사진을 꾸준히 공개해온 정국은 룸펜스 감독의 도움을 받아 타이틀곡 ‘라이프 고우즈 온’ 뮤직비디오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룰 성과다. 이들은 앞서 네 장의 음반을 미국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 정상에 올렸고, 지난 8월 발표한 ‘다이너마이트’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다이너마이트’는 공개 직후부터 12주 연속 핫100 최상위 순위를 지키고 있고,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의 인기를 집계한 글로벌200에서도 톱5 안쪽에 랭크되고 있다. 빌보드와 AP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방탄소년단이 오는 25일(한국 시간) 공개될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자 명단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나 ‘레코드 오브 더 이어’ 부문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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