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최근 보험업계에서 ‘제판분리(제작과 판매 분리)’를 승부수로 띄우면서 대규모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제판분리 과정에서 본사에서 분리될 보험설계사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8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 판매 전문 자회사 설립(제판분리) 추진을 의결했다. 제판분리는 자회사 보험대리점(GA)을 설립해 전속 설계사를 이관하고 본사는 상품 제작과 자산운용에만 집중해 조직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말한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은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칭)’이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는 한화생명의 전속설계사 2만여명이 소속될 예정이다. 기존 GA 업계 1위인 GA코리아(1만5131명)보다 무려 5000명 많은 ‘매머드급 GA’로 거듭나게 된다.
미래에셋생명도 제판분리 진행을 선언했다. 지난 2014년부터 운영하던 미래에셋금융서비스에 본사에 소속된 전속설계사 3300여명 전원을 이적시키고,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을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대표이사로 임명해 판매조직 분리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해상을 비롯해 농협생명과 최근 통합작업을 완료한 하나손해보험이나 KB금융에 편입된 푸르덴셜생명 등 다른 보험사들도 제판분리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제판분리를 진행하는 이유는 오는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비용절감을 도모하고, 조직 효율화도 함께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판분리를 통해 전속 설계사 조직을 나눌 경우 각종 고정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제판분리가 보험설계사들의 근로여건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발 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고용보험 가입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저수익 보험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한 포석이 제판분리라며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한화생명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한화생명이 제판분리를 결의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생명 사측은 무모하고 불법적인 영업조직 물적분할을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한화생명 노조는 “회사가 가진 최대 경쟁력인 전속채널을 고도화하지 않고 GA형 자회사로 전환하려는 계획은 패착”이라며 “영업인력을 자회사로 이관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비용을 회피해보려는 얄팍한 속셈이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단위노조뿐만 아니라 보험사 노조의 상급단체인 사무금융노조에서도 보험사의 제판분리를 반대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이재진 위원장은 “사무금융노조는 공대위를 구성해 사용자쪽의 제판분리 시도를 막아내겠다”고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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