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성가족재단은 지난 2014년부터 기록 및 자료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구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대구여성 생애 구술사’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2014년부터 매년 ‘섬유’, ‘시장’, ‘의료’, ‘예술’, ‘패션·미용’, ‘방문판매’, ‘집(家)’의 키워드를 정해 대구의 역사와 여성의 삶이 교차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올해 발간한 대구여성 생애 구술사에는 ‘대구 집(家) 여성’을 주제로 한 8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동인시영아파트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홍두리(91), 대구 사과로 유명한 동구 도평로(평광마을) 농가주택 최금이(81), 도심 여인숙을 운영하고 있는 이복하(80), 시장 상가 아파트 관리소장 김경애(67), 전통 양반 가옥의 김옥선(70), 양옥 과도기 주택의 특징을 간직한 집에 거주하는 박춘자(79), 적산가옥에 살고 있는 이수덕(95)과 김영숙(72)씨가 주인공이다.
최근까지도 대구 최초의 공동주택인 동인시영아파트에 살았던 홍두리 구술자는 1969년 동인아파트 건축 전후 동인동에 관한 풍부한 기억을 구술했다.
특히 6 ·25 전쟁 직후 ‘뿌르장’ 담장에 집을 지어 살아야 했던 이북 피난민들의 이야기, 다리 밑에서 살았던 넝마주이 이야기가 이색적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아파트 건축 초기 아파트의 구조와 형태에 대해 들려준다.
대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구와 중구 일대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복하 구술자는 집을 지어 파는 장사를 하다가 지금은 여인숙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에 대한 기억이 유난히 풍부한 구술자는 ‘고려장 만데이’, ‘시민극장’ 뿐 아니라 대구의 옛 달성공원과 서문시장의 풍경 등을 상세하게 서술한다.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적산가옥에서 살고 있는 이수덕)씨와 딸 김영숙씨의 구술도 흥미롭다.
화가 이인성의 장인으로 잘 알려진 김재명의 며느리인 이수덕씨는 시아버지가 운영하던 남산병원의 흔적을 지금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병원이 흔치 않던 시절,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이불과 살림살이를 들고 병원에 방을 하나 얻어 살아야 했다.
이수덕 구술자는 대를 이어 남산병원을 운영한 남편 덕분에 ‘원장 사모님’이었지만 이러한 병원 안팎 살림까지 다 챙겨야 하는 고된 삶을 살아야 했다.
김재명의 손녀인 김영숙 구술자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로서 김재명의 행적을 구술했다.
‘대구 사과’로 유명한 평광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최금이 구술자는 1970년대 후반 마을 전체가 사과농사를 짓기 시작한 전후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들려준다.
천수답을 일구며 살아야 했던 마을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구술했다.
전통 양반 가옥에 거주하고 있는 김옥선 구술자는 달성군 하빈면 육신사 마을로 시집온 후 지금까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피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뒷길인 ‘동쪽 골목’이 따로 존재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변화 상황을 들려준다.
대구여성가족재단 정일선 대표는 “이 책은 처음 ‘집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굴곡진 여성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생애 구술사가 됐다. 집은 가족이며 삶터이며 함께 늙어(낡아)가는 동반자이며, 머릿속에 새겨진 기억이다. 이분들이 들려준 집과 시대에 대한 기억들은 설령 그 집이 허물어져 존재하지 않게 되더라도 대구여성사와 한 시대를 이어주는 기억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여성 생애 구술사 책 “대구 집(家) 여성’은 비매품으로, 책에 관한 문의는 전화(053-219-9976) 또는 이메일(bird@dwff.or.kr)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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