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보험업계에서 지난해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신종 감염증으로 인한 경영약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 해였다. 2021년도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영향이 그대로 남은데다가 저금리 기조와 적자 누적으로 업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디지털화와 실손보험 구조 개선이 올해 보험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장 모두 신년사에서 디지털화와 실손보험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실손의료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우선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시장에 연착륙시켜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도 실손보험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통해 서류발급 전산화로 의료기관의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실손보험금 청구절차 간소화로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손보험 누적적자 심각…4세대 실손보험에 ‘기대감’
이처럼 양대 보험협회 수장이 일관되게 실손보험 구조의 개편을 주장하는 이유는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실손보험의 가입자는 3800만명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입한 제 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실손보험 위험손실액은 2조80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위험손해율은 133.9%로 지난 2016년 13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실손보험으로 인한 보험업계의 리스크 누적은 위험한 상황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만성적자로 인해 실손보험료 20% 이상 인상을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이 인상폭에 제동을 걸면서 보험료가 10% 가량 인상되는데 그치면서 적자 누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보험업계에서는 ‘4세대 실손보험’에 희망을 걸고 있다. 과다 의료이용 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보험료 차등화’가 적용된데 이어 보험료가 기존 실손보험보다 저렴한 4세대 실손보험을 통해 누적 적자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올해는 반드시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손보험 간소화법이 통과될 경우 개별 병원마다 다르게 책정된 비급여 의료비 책정을 일원화할 수 있고 실손보험 누적 적자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생보를 가리지 않고 실손보험 누적 적자가 지속될 경우 실손보험시스템 유지가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며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의 적극적인 판매와 함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여론 환기에 힘 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화, 전 보험사 ‘경영목표’ 설정…전환 가속화
보험업계의 2021년 화두는 실손보험 이외에도 ‘디지털 전환’이 거론됐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 경영효율을 개선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디지털 전환’이 필수라는 것이다.
손보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삼성화재는 올 한해 경영효율을 개선하면서 전방위적인 디지털화를 천명했다.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금융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기획부터 출시,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사슬의 디지털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역시 디지털시대 성공 기반 구축을 목표로 ‘디지털 전환 중심의 전략’ 추진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변화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디지털 기반으로 기존 비즈니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비즈니스 모델부터 업무 프로세스, 부서 문화,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회사 경영의 전 부문에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삼성생명을 비롯해 ▲한화생명 ▲DGB생명 KB손해보험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등의 보험사들이 디지털화 필요성을 말하며 올 한해 디지털화 가속을 주문했다.
이처럼 보험업계가 ‘디지털’을 올 한해의 중요한 경영목표로 설정한 것은 타 금융업권 대비 뒤쳐진 디지털화에 더해 핀테크 업체들의 공격적인 보험업 진출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앞다퉈 보험업권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단계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의 금융플랫폼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는 이르면 올해 안에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출범하고 디지털 기술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경우 보험사에서 출발한 캐롯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 두 업체밖에 없는데, 카카오페이의 보험사 설립이 현실화 되면 빅테크 업체의 보험업 진출 1호 사례가 된다.
카카오 뿐 아니라 네이버와 토스 등도 보험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NF보험서비스를 설립, 소상공인 대상으로 의무보험 안내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서비스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금융 애플리케이션 토스를 운영 중인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보험법인대리점(GA) 토스인슈어런스를 출범하고 2021년부터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은 기존 보험사와 달리 이미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가입자·디지털 시스템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활용,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는 금융소비자 신용정보를 통해 적극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금융의 중요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의 시작 단계에 있는 보험사들은 디지털이 주 종목인 핀테크 업체들의 보험업 진출에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디지털 경제 전환에 맞춰 보험업계도 제판분리(제작·판매 분리) 등 판매채널 변화와 함께 보험사들도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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