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된 보신각 울타리에 붙은 경고문이 퍼지고 있다.
사진 속 경고문에는 '유물 보존을 위해 종각 안에 고양이 사료를 넣지 마십시오. CCTV로 관찰하고 있습니다'는 문구가 적혔다. 문화재 내부까지 들어가 고양이들을 위한 사료통을 준비하는 일부 캣맘·캣대디를 향한 경고다.
이 사진이 퍼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캣맘 논쟁이 한창이다. 추운 날씨에 갈 곳이 없는 길고양이를 돌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는 입장과 타인과 공익에 피해를 주는 것은 오히려 캣맘·캣대디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운다는 등의 상반되는 입장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캣맘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타인의 소유지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건 잘못"이라면서 "타인에 피해를 주는 태도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사료를 주고 싶으면 공공장소에 음식물 두고 길고양이를 기르지 말고 자신이 사는 마당에 두거나 데려다 키워라"고 비판했다.
반면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고 봐주면 좋겠다" "길고양이가 없으면 도시는 쥐 천지가 될 것. 길에서 태어났지만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이다" 등 캣맘·캣대디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캣맘·캣대디와 주민 간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제공하는 사료 주변으로 모인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에 일부 주민들은 불쾌감을 호소하거나 주택가 골목의 쓰레기가 훼손돼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입주민에게 윽박지르는 경우도 있고 길고양이를 해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캣맘이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엄벌해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청원인은 "다친 길고양이를 구조해달라'는 제보를 받고 서울 동대문구 길가에서 고양이 포획작업을 시도했다"면서 "'또 미친 짓 하고 있네'라고 욕설을 한 가해자가 다가와 손으로 5초 가량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얼굴을 내리쳤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은 청원인은 "캣맘에 대한 혐오범죄"라고 주장하며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한편, 캣맘·캣대디와 주민들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재자'로서 역할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길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수술사업이 확대되면서 길고양이 개체 수는 크게 줄었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길고양이는 지난 2013년 6003마리에서 2019년 1만1183마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9월까지 8502마리의 길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길고양이 수도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2019년 길고양이 개체 수는 11만6019마리로 추산된다. 이는 2013년(24만7029마리)보다 53% 감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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