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 혁신’ 당국과 시장 온도차 ‘극명’

‘보험산업 혁신’ 당국과 시장 온도차 ‘극명’

미니보험 시장 활성화 의문…보험사보다 ‘핀테크’ 수혜 ‘불만’

기사승인 2021-03-11 06:10:07
일본 소액단기보험사 호켄 이치바의 소액보험상품들. 사진=호켄 이치바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금융당국이 보험산업 경쟁 촉진과 혁신을 위해 소액단기보험사 도입 및 1사1라이센스 완화 등 각종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보험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신사업 진출 부문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이익을 보는 곳은 보험사가 아닌 핀테크 업권이라는 것이다.

보험업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2021년 보험산업 금융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보험산업 신뢰와 혁신을 위해 4대 추진전략, 12개 핵심과제를 설정했다. 이번 정책의 4대 추진 전략은 ▲산업구조 개선과 소비자 신뢰‧만족도 제고 ▲사회안전망 기능 강화 ▲보험산업의 디지털 혁신 촉진 ▲보험회사 경영‧문화 개선으로 설정됐다.

이 중 핵심 사항은 보험산업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보험사 설립 문턱을 낮췄다는 점이다. ‘미니보험’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소액단기보험사의 자본금 설립 요건을 기존 30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고, 보험사들이 신규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을 할 수 있도록 ‘1사 1라이센스 허가 정책’의 유연화도 함께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를 통해 한국의 보험시장도 해외처럼 소액단기보험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번 정책을 통해 일본의 예시를 들었는데, 일본은 지난 2006년 자본금 기준을 낮추자 100여개의 소액단기 보험사가 설립되면서 각종 미니보험 상품들이 연이어 출시됐고, 소액단기보험 시장이 활성화된 바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같은 금융당국의 기대와는 다르게 보험사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소액단기보험이 일본이나 중국만큼 활성화될 수 있을 만큼 보험시장 규모가 크지 않을 뿐더러, 보험소비자들의 보험상품 구매 선호방식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소액단기보험 시장이 활성화된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인구가 매우 많은 곳에 속한다”며 “미니보험의 경우 타겟 고객이 2030세대인데, 현재 인구감소 추세를 보면 오히려 국내 미니보험시장은 작아지고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2030세대를 중심으로 미니보험 수요가 높은 것은 맞지만, 미니보험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국내 유일 디지털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된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적극적인 신사업 진출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험업권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가 보험사들보다 ‘핀테크’들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불만도 함께 나왔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지난 1월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해 올해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예비인가를 신청한 바 있다.

카카오페이 이외에도 보험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핀테크 업체들은 많다. 대표적으로 지난해부터 보험 전문 법인 ‘NF보험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파이낸셜을 비롯해 자체 법인보호대리점(GA)인 ‘토스인슈어런스’를 운영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이미 진출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업 활성화를 위해 자본금 설립 요건을 기존 30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춘 것은 자본력이 있는 보험사들보다 자본력이 부족한 핀테크 업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물론 보험산업에 신규 플레이어들이 들어와 보험업계에 활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소액보험사들의 자본금이 낮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위해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을 150% 이상 쌓아놓는 등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반면 초기자본이 적은 소액단기보험사들의 안정성은 낮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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