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쿠키뉴스] 성민규 기자 = 경북 포항에서 자신의 꿈을 뒤로하고 100년 가업을 잇는 한의사가 화제다.
주인공은 이상헌 약전한의원장.
약전한의원 역사는 이 원장의 종조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조부 이종진(1900~1971년) 선생은 이제마 선생과 함께 '근대 한의학의 양대산맥'으로 통하는 포항 출신 석곡 이규준(1855~1923년) 선생의 친견 제자다.
그는 1920년 고향인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서 약전한약방 문을 열고 50년간 환자를 돌봤다.
부친 이보우(1938~2016년) 선생은 어려서부터 큰아버지(이종진 선생) 밑에서 의술을 익혔다.
1963년 한약사 면허를 딴 뒤 포항시 북구 중앙동에서 큰아버지의 뒤를 이어 약전한약방을 운영하다 2014년 지금의 자리(해도동)로 옮겼다.
부친은 평소 "경제적 이익을 탐해 약의 양을 박하게 쓰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 원장은 먼 길을 돌아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의술을 펼치고 있다.
당초 그의 꿈은 정치학자였다.
포항고(41회), 고려대 정치외교학과(92학번)를 졸업한 후 동국대에서 불교학(불교철학 전공) 석사, 고려대에서 정치학(정치철학 전공)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또 한림대학교 태동고전연구소에서 장학 연수생으로 한학과 동양고전을 연구하며 학문의 폭을 넓혔다.
꿈을 향해 나아가던 그는 부친의 건강악화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가업을 잇기 바라는 부친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
그는 2012년 동국대 한의과대학에 편입, 부친과 함께 한의원을 운영하는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
하지만 졸업을 6개월 앞두고 부친이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헤쳐나가야 했다.
이 원장은 "좀 더 일찍 한의사의 길을 걸었다면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든든한 버팀목을 잃은 슬픔도 잠시, 그는 다시 힘을 냈다.
졸업 후 월급쟁이 한의사로 현장 경험을 쌓고 부친이 운영하던 한의원을 새단장해 2018년 2월부터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에게 개원 100주년을 맞은 올해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3대에 걸친 100년 역사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헌 원장은 "선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한의학 연구와 환자 치료에 매진하겠다"며 "기회가 된다면 불합리한 의료정책을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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