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재계 및 법조계 등에 따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지난 25일 불구속기소 된 조 의장과 조경목 SK에너지 대표 이사, 최태은 SKC 전 경영지원본부장, 안승윤 SK텔레시스 대표의 담당 재판부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에 배당됐다.
이 재판부는 현재 2000억원대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최 회장의 사건을 재판 중이다. 이에 SK그룹의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SK그룹의 2인자로 평가받는 조 의장이 한 법정에 설지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 회장과 조 의장의 사건 병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최 회장의 다섯 번째 재판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병합심리 요청에 "병합과 관련해서 당장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새로 기소한 사건을 1회 진행해 본 후 병합할지 아니면 병행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상 병합하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재판을 진행해보고 겹치는 증인은 병합해서 심리한 후 다시 분리 심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 회장과 조 의장의 병합은 조 의장의 공판 준비기일과 첫 공판기일이 진행되는 시점인 오는 7월이나 8월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 회장의 구속만기가 오는 9월 초여서 병합심리에 변수로 작용할 주목된다. 법조계 등 관련업계 설명에 의하면 구속 피고인의 경우 재판부는 6개월 안에 재판을 끝내야 한다. 한차례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는 있지만 통상 이 기간 안에 재판이 종료된다.
따라서 최 회장과 조 의장의 사건이 병합되면 조 의장은 재판을 3개월 정도 밖에 받지 못하게 된다. 검찰 공소사실에 대응할 시간이 최 회장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해지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 문제가 재판부로서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앞서 재판부는 "(횡령배임)이런 사건은 일괄적으로 기소하는 것이 적절하다. 회사 사람들은 구조상 공범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사정이 있으니 검찰에 뭐라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전부 고려해서 재판을 진행할 수는 없다. 피고인의 방어권에 최대한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진행하겠다고 한 바 있다.
조 의장은 최 회장 등과 공모해 SKC가 부도 위기에 처한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두 차례에 걸쳐 899억원을 투자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27일 진행된 최 회장의 다섯 번째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증인신문과 관련해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이 사건과 관련성이 낮은 증인의 '의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회장·부회장에게 물어야 할 사항을 법무팀장에게 물어야 하나. 지루하기 그지없다"며 "재판이 이게 뭡니까. (신문을)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나무랐다.
검찰은 이날 증인으로 SK텔레시스 법무팀장 A 씨를 소환해 지난 2015년 당시 자본잠식 상태인 SK텔레시스에 모회사 SKC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불법 개입을 했는지를 심문했는데, A 씨는 SKC가 SK텔레시스에 유상증자를 한 2015년 이후 인 2017년 법무실에 지원해 2018년 1월부터 법무팀장으로 근무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인이 겪지도 않은 일을 물어보는 것은 의미 없는 증인 신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던 6개 회사에서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 등 명목으로 약 2235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올해 3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이 SK텔레시스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경영진단 실시 등을 요구한 SKC 이사회 요청을 무시한 채 3차례에 걸쳐 936억원 상당 유상증자에 SKC를 참여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