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칼잡이’에서 정권교체 투수 된 尹, 이재명 이길 수 있을까

보수 ‘칼잡이’에서 정권교체 투수 된 尹, 이재명 이길 수 있을까

조원진, 윤석열 겨냥…“우파궤멸에 앞장선 문재인의 칼잡이 불과”
여권, 김건희 논문표절 의혹 총공세
전문가, 입당 빨리 결정해야…늦어지면 윤 전 총장 손해

기사승인 2021-07-14 06:00:2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지자들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문재인 정부의 칼잡이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외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처가리스크’ 해명에는 한 발짝 물러나면서, 그간 내세운 ‘공정’ 정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자신이 선봉에 섰던 적폐수사에 대해 처음으로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핵심인사들과 악연이 깊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특검 수사팀장으로 임명돼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지난 2017년에는 문재인정부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련 다스(DAS) 의혹 수사를 벌여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 했다. 

윤 전 총장은 수감된 전직 대통령을 두고 “그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척 아프다”며 “이유 여야를 막론하고 수사로 고통 받은 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는 보수층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보수층 분열의 키워드인 ‘탄핵의 강’을 넘으려는 시도인 셈이다. 윤 전 총장이 무리한 수사 원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풍은 커졌다. 친박(親박근혜)계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같은 날 윤 전 총장 발언을 향해 날을 세웠다. 조 대표는 “윤 전 총장은 우파궤멸에 앞장선 문재인의 칼잡이에 불과하다”며 “마녀사냥과 정치보복을 자행한 행동대장이 이제 와서 위로와 유감을 표한다니 참으로 비겁하다”고 직격했다.

윤로남불(윤석열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과거 칼잡이 행보가 최근 잇따라 터진 처가 리스크와 맞물리면서다. 윤석열 X파일과 부인 김건희씨의 쥴리 의혹, 장모 구속 등이다. 최근에는 부인 김씨의 논문표절 논란까지 불거졌다. 

의혹을 잠재울만한 해명은 없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근거 없는 비방만 난무하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자신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않았다”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지난 7일에도 “어떤 단체에서 이의를 제기해 대학에서 이뤄지는 문제”라며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술적인 판단을 해서 진행되지 않겠냐”며 말을 아꼈다. 

부메랑은 돌아왔다. 여권은 윤석열식 ‘공정’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총공세를 펼쳤다. 윤 전 총장이 공정·정의를 강조하며 현 정부를 비판해온 탓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곧 배우자도 손절할 기세”라며 “자신과 주변에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혹독하다”고 비판했다. 대권주자인 추미애 후보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전 총장의 문제점은 자기가 세운 기준, 원칙이 자기 자신한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윤석열의 적은 역시 윤석열일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해당 논란을 국정농단 사태 당시 검찰이 적용한 ‘경제공동체’에 견주기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윤 전 총장) 본인이 최순실, 박근혜를 구속 기소했을 때 썼던 논리가 경제공동체 이론과 묵시적 동의론”이라며 “그와 같이 자신의 부인과 장모와의 관계이기 때문에 사실상 경제공동체 논리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의 ‘외줄타기’가 계속될 경우, 이재명 지사와의 양자 대결에서 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이 지사와 접전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이 지사가 우세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10~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에게 ‘양자대결일 경우 윤 전 총장과 이 지사 중 누구를 지지하겠는가’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은 36.0%, 이 지사는 43.9%로 각각 나타났다. 처음으로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을 앞질렀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부 조사결과만으로 윤 전 총장이 하락 추세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윤 전 총장이 계속 정당 바깥에 있는 경우, 양자대결에서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는 대체로 안전지향적인 투표를 한다. 입당을 하지 않으니까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네거티브 방어 차원에서라도 입당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용화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는 “윤 전 총장은 검찰 권력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행정관으로서 국민과 궤를 함께해온 이 지사와 대비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윤 전 총장은 반사적인 지지율만 가진 상태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검증을 통해 대통령 자질과 능력을 보여줘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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