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점령 탈레반 “전쟁 끝났다” 선언

아프간 점령 탈레반 “전쟁 끝났다” 선언

대통령궁에 ‘타레반기’ 게양…개방·포용적 이슬람 정부 구성 약속
아동·여성인권 극단적 후퇴 우려…“이미 여자아이들은 종교수업만 받아”

기사승인 2021-08-16 17:21:31
대통령궁을 점령한 탈레반.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아프가니스탄 수도인 카불까지 점령한 탈레반이 대통령궁까지 잇달아 점령한 뒤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 선언을 했다. 아프간 국민들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가운데 탈레반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이전과는 다른 온건한 모습을 보였다.

알자지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정권 붕괴 후 카불을 수중에 넣은 탈레반은 15일(현지시간) 아프간 대통령궁까지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5월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시작한 지 약 4개월만이자, 탈레반이 이달 6일을 전후해 주요 거점 도시들을 장악한 지 불과 10일만에 이뤄진 일이다.

알라지라방송은 이날 탈레반의 사령관들이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무장 대원 수십병과 함께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방송은 탈레반이 대통령궁에 타레반기를 게양하는 모습까지 함께 송출했다.

탈레반은 공식 대변인을 통해 아프간인들에게 평정을 유지하라고 촉구하면서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며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모하마드 나임 탈레반 대변인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곧 아프간 새 정부의 윤곽이 곧 드러날 것”이라며 “탈레반은 고립된 채 살고 싶지 않고, 평화적인 국제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목표에 도달했다”며 “우리는 누구도 우리의 영토를 이용해 누군가를 목표로 삼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이들을 해치고 싶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에 따라 그간 철수를 진행하던 각국의 외교관 및 직원들의 탈출행렬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프간 1TV는 밤이 되자 수도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하고, 외교관들과 아프간 관리들이 탈출을 위해 몰려간 공항 근처에서도 총격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한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에는 이날 카불에서 80명의 부상자가 이송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대사관의 국기가 내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탈레반이 카불 대통령궁을 접수하기 수시간 전 가니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이 모두 소개됐고, 대통령은 국외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내무부 고위 관계자는 가니가 타지키스탄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 공무원, 정부에 협력한 인사들 모두를 사면한다면서 죄를 묻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그간 탈레반이 보여줬던 잔혹한 모습에 많은 아프간 국민들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16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카불에 위치한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시민들이 뛰어가는 모습이 담겨졌다. 

이외에도 카불 시내를 빠져나가는 차량 행렬로 도로 곳곳이 꽉 막히거나 시민들이 너도 나도 비행기에 먼저 탑승하기 위해 몰려든 모습의 영상도 공개됐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으로 그간 점진적으로 향상됐던 여성인권 및 아동교육 등이 이전 수준으로 후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면서 극단적 이슬람 율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탈레반은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여성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하고 탈레반 조직원과 강제결혼 시키는 등의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이전보다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또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공부를 하거나 일할 수 있고 혼자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에 보이는 제스처일뿐, 이미 극단적 이슬람 통치 체계가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지난 6월 북부 타하르주의 루스타크 지역을 점령한 탈레반은 이 지역 주민들을 모스크에 불러 모은 뒤 15세 이상의 모든 소녀와 40세 미만의 과부는 반드시 탈레반 군인들과 결혼해야 한다고 선포하고 강제 결혼을 시켰다. 또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던 모습과 달리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가더라도 종교 수업만 받을 수 있고 실제론 여자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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