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5평. 서울시가 정한 1인 휴게 공간 적정면적입니다. 현실은 빠듯합니다. 9명의 노동자에게 주어진 공간은 1평 남짓입니다. 어떤 이는 계단 구석에서 또 다른 이는 곰팡이 슨 지하에서 숨을 돌립니다. 누군가는 묻습니다. 일하러 간 직장에 휴게실이 왜 필요하냐고요. 노동자는 깨끗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쉴 권리가 있습니다. 쿠키뉴스 특별취재팀은 열악한 휴게 공간을 돌며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뀌긴 할까요” 묻던 한 노동자에게 이제는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입니다.
*기사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취재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오늘도 눈치싸움 실패입니다. 혹시나 하며 찾았던 휴게실은 역시나 만석입니다. 휴게실을 뒤로하고 비상계단으로 향합니다. 그곳은 북적이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저는 백화점 판매서비스 노동자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번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찾으시는 상품 있으실까요?”를 피아노 ‘솔’음에 맞춰 외칩니다. 화려한 상품과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서 일하지만 실상은 아름답지 못합니다. 온종일 서서 손님을 맞이합니다.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정맥류,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과 무관한 백화점 노동자는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우리에게 휴게실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휴게실은 그림의 떡입니다. 수백명의 노동자에게 허락된 휴게실 의자는 7개 뿐입니다. 심지어 층마다 휴게실이 없는 경우도 있죠. 20년간 여러 백화점을 옮겨 다니며 근무했습니다. 휴게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같았습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쉬라는 거지?’ 부서져 스프링이 튀어나온 소파, 누군가 주워온 낡은 의자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일부 백화점에서 그마저 있던 휴게실을 폐쇄했습니다. 쉴 공간을 잃게 된 노동자들은 창고, 비상계단에서 지친 몸을 달래야 했습니다. 건물 바깥에서 노동자 수십명이 서성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죠.
면세점 휴게실 사정도 백화점과 비슷합니다.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여자 화장실 앞. 이곳이 노동자 휴게실입니다. 5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정수기가 놓여 있습니다. 2~4층 근무자 300여명이 사용해야 합니다. 여자 화장실 앞이라 남자 직원은 사실상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화장실과 휴게실을 나누는 문은 얇고 투명한 유리입니다. 누군가 화장실을 사용할 때는 자리를 피해줘야 하죠. 지하 5층에도 휴게 공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매장과 거리가 있죠.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 귀중한 휴게시간이 절반은 사라집니다. 난방시설도 열악합니다. 겨울에는 꼭 웃옷을 챙겨가야 합니다.
오래된 건물이라서 열악한 게 아닙니다. 지난 2018년 문을 연 인천공항2터미널. 노동자 휴게실은 20명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곳보다 넉넉하지 않냐고요? 이 공간을 공항, 항공사, 면세점 직원 등이 모두 사용합니다.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기란 턱없이 부족하죠. 일부 면세점 직원들은 공항 게이트에서 쉬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승객이 줄어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에게는 진짜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형식적인, 허울뿐인 휴게 공간이 아닌 진짜 공간 말입니다. 다리를 잠시라도 뻗고 편하게 쉴 수 있는 1.5평의 공간은 언제쯤 마련될 수 있을까요.
[1.5평의 권리]
①주차장, 창고, 트렁크…쉴 곳을 고른다면
②감옥에 갇히면 이런 기분일까
③왜 맨날 계란프라이만 싸 오냐고요?
④노동자 수백명, 휴게실 의자는 7개
⑤19명이 샤워실 앞에 줄을 섰다
[친절한 쿡기자]1.5평의 권리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