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마니아층이 결집한 콘텐츠가 많았다. 실험적인 시도로 신선하다는 평을 모은 작품부터 톱 배우들의 출연에도 부침을 겪은 작품까지 다양한 드라마가 시청자를 만났다. 요즘 같은 시대에, 시청률이 낮다고 외면받기엔 조금 억울하다.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보이는, 아쉽게 가려졌던 올해의 명작 드라마를 모아봤다.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tvN, 5~6월 방영)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이유가 되는 존재 멸망(서인국)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계약을 한 인간 동경(박보영)의 판타지 로맨스다. 여주인공 동경이 시한부 판정을 받고 세상의 멸망을 원하자 남주인공 멸망이 찾아온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죽음과 생존을 주제로 사랑을 풀어낸 전개와 주인공들의 계약 관계가 흥미롭다는 반응을 얻었다. 시청률은 4%대로 시작해 2%로 마무리됐으나(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화제성은 3주 연속 1위를 차지(굿데이터코퍼레이션 집계 수치)하는 등 상위권을 기록했다. 배우 박보영, 서인국이 호흡을 맞췄다. 현재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미치지 않고서야 (MBC, 6~8월 방영)
희망퇴직과 정리해고가 빈번한 한명전자에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직장인들의 생존기를 담았다. 방영 당시 사내 정치와 직장인 애환 등을 실감 나게 그려내 주목받았다. 살아남기 위해 버텨내는 현대인들의 이야기가 진지함과 코믹함을 넘나들며 재미를 더한다. 시청률은 2~3%(전국 기준)대에 머물다 마지막 회에서 4.3%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재영, 문소리, 이상엽 등이 출연했다. 현재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월간 집 (JTBC, 6~8월 방영)
집에서 사는(live) 여자와 집을 사는(buy) 남자의 내 집 마련 로맨스를 그렸다. 집을 돈으로만 보는 사람과 안식처로 느끼는 사람 등 부동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소재로 삼아 공감대를 높였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영화 ‘기생충’, 비의 ‘깡’ 등 패러디가 담기는 등 유쾌한 분위기가 극 전반에 깔려있다. 현실적이면서도 웃음을 놓지 않는 전개가 시청자들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 1회 3.2%로 시작해 1~2%대를 기록했으나, 화제성 10위권 내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정소민, 김지석, 정건주, 채정안 등이 출연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구경이 (JTBC, 10~12월 방영)
은둔형 외톨이가 된 전직 경찰 구경이(이영애)가 연쇄살인마를 쫓는 과정을 담았다. 배우 이영애 컴백작으로 주목받았으나 방영을 거듭할수록 신선한 연출이 더 회자됐다. 게임을 좋아하는 구경이의 특징을 살려 극 중 상황 설명을 게임 화면으로 대신하거나 카메라 앵글을 다양하게 잡는 등 실험적인 장면이 많았다. 여성 캐릭터를 개성 있게 살렸다는 호평도 있었다. 시청률은 1~2%대를 기록하며 3%의 벽을 넘지는 못했으나,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빛을 봤다. 방영 기간 동안 넷플릭스 국내 시청 순위(플릭스 패트롤 집계 기준)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이영애, 김혜준, 김해숙, 곽선영 등이 출연했으며,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너를 닮은 사람 (JTBC, 10~12월 방영)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 정희주(고현정)와, 그 여자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돼버린 또 다른 여자 구해원(신현빈)의 이야기를 그렸다. 동명 원작 소설과는 다른 결의 서늘함이 돋보였다. 복수를 소재로 갈등 속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세밀히 묘사해 몰입감을 더했다. 미스터리 속 피어나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동력으로 평가된다. 평균 2%대 시청률이었으나 넷플릭스에서는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고현정, 신현빈, 김재영 등이 출연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