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다음은 곰팡이 역습?

바이러스 다음은 곰팡이 역습?

치명적 곰팡이 감염 치료할 항진균제 신약 얼마나 준비됐나 
항진균제도 경평특례 대상 보완 필요성

기사승인 2022-03-03 13:52:33
학교 신속PCR검사 시범사업 운영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바이러스 추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관련 진균감염 위험과 치료  


최근 코로나19 관련 심각한 진균(곰팡이) 감염들의 발생으로 진료현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폐 아스페르길루스증(COVID-19 associated pulmonary aspergillosis, CAPA)와 코로나19 관련 털곰팡이증(COVID-19 associated mucormycosis, CAM)이 그것이다. 

CAPA와 CAM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진균에 의한 2차 감염으로, 면역 체계가 손상됐거나 급성 호흡 곤란 증후군과 같은 폐 손상이 발생한 사람들에게 더 흔하게 발생한다.  

발열, 기침, 숨가쁨을 포함해 일부 진균 감염의 증상은 코로나19 증상과 유사해, 이러한 2차 감염에 의한 심각한 질환이나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와 진균 동시 감염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아스페르길루스증은 정부에서 발간한 코로나19 대응지침 상에 코로나19 감염의 임상적 합병증으로 언급된 2차 진균감염이다.  

두 진균 감염은 드물지만 치명률이 높은 질환이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아스페르길루스증 또는 CAPA와 관련된 사망률(mortality)는 최대 80%에 이르며, 털곰팡이증의 사망률은 100%에 가깝다.

아스폐르길루스증은 COVID19 팬데믹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주로 골수이식, 항암 치료나 HIV 환자 등 면역이 저하된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희귀 진균감염이다.

미국 CDC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폐 아스페르길루스증(CAPA)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며, 환자는 종종 비특이적 증상을 보이며, 폐 깊숙한 곳에서 검체 채취가 필요해 진단이 어렵다.  

한편 코로나19 관련 털곰팡이증(CAM)은 CAPA에 비해 적지만, 지난해 인도에서의 급속한 확산되며 높은 사망률과 엄청난 발생 사례, 제한적인 항진균제 사용 등으로 우려되고 있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인도에서 단 3개월 동안 4만7000건 이상의 CAM 사례가 보고됐으며, 보고에 따르면 델타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발생 수가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CAPA와 CAM 감염병의 치료는 혈당 조절, 괴사된 조직을 즉시 제거 및 항진균제 사용 등을 병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체로 항진균제가 CAPA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기는 하지만 CAM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약제는 더 적은 편이다.  털곰팡이증은 진균 배양과 동시에 치료가 시작되기도 하며 털곰팡이증의 특성 상 진균 배양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치료가 시작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항진균제 중 하나인 암포테리신 B(amphotericin B)는 최근까지도 진균감염의 일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에 도입되어 임상에서 사용되는 항진균제로는 트리아졸(triazole)계의 보리코나졸(voriconazole), 에키노칸딘(echinocandin)계의 카스포펀긴(caspofungin), 그리고 마이카펀긴(micafungin) 등이 있다. 또한 항진균제 신약 크레셈바(성분명 이사부코나졸)가 2020년 1월 허가됐다.  

크레셈바는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과 침습성 털곰팡이증 모두에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 항진균제이다. 크레셈바는 2021년 6월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신규 지정되어, 질병 관리 등 국가 보건의료상 필수적으로 필요한 약제임을 인정받았다.

크레셈바는 미국과 유럽(EMA)에서 각각 2015년 3월, 10월 허가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현재 허가 후 2년이 지나도록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상태이다.

항진균제 신약의 국내 도입을 막는 장애물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항생제(항균제,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 신약은 임상적 필요성은 높으나 오래전에 개발된 약과 비교하게 되는 경제성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의 근거 생산이 어려워 일반적인 신약의 급여 결정 과정을 거쳐 도입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항생제 신약의 국내 도입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경제성평가’ 제도가 지적되면서 2020년 10월 경제성평가 면제(이하 경평특례) 대상에 항생제를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되어 항생제 신약 접근성 관련 정책이 일부 개선됐다. 

기존 항암제, 희귀질환에 국한되어 있던 경평특례 약제 범위를 국민보건 향상에 필수적인 결핵치료제, 항생제, 응급해독제를 포함되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경평특례 대상 범위가 ‘항생제’가 아닌 ‘항균제(세균감염의 치료)’에 국한되어 발표되면서, 항균제를 제외한 여러 항생제 범주의 신약에 대한 접근성 확보는 경평특례 제도의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이를 두고 당시 전문가단체인 대한항균요법학회는 신종감염병 및 병원 내 2차감염에 대비해 충분한 약제 확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항생제 개념을 축소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더욱이 2020년 개정 이후 해당 제도를 통해 급여 등재된 항균제조차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CAPA와 CAM 치료 등 의학적 필요도가 높고 대체 약제가 없는 경평특례 조건을 만족하는 감염병 치료제가 있다면 항균제와 동일하게 제도의 혜택이 적용되도록 하는 조치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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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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